서울 외환시장은 22일 엔ㆍ달러 환율 급락 등 국내외 악재 속에서 하루종일 시장 딜러와 정부간에 밀고 밀리는 치열한 전투로 출렁거렸다.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 발행한도 추가 확보 등을 통한 시장 개입 가능성을 계속 흘렸고 실제로 이날 5억달러 어치의 달러화를 시장에서 매입한 것으로 관측되는 등 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외환시장 강타한 도쿄발 폭풍 22일 개장 초부터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눈과 귀는 도쿄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엔ㆍ달러 환율에 고정됐다. 지난 주말 'G7(선진 7개국) 회의'에서 선진국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유연한 환율정책'을 요구한 탓에 엔화 환율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했지만 실제로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도쿄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전주말 1백15엔대 초반이던 엔ㆍ달러 환율은 1백12엔대로 추락했고 곧이어 1백11엔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은 30분 뒤 열린 서울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보다 5원 떨어진 1천1백63원에 첫 거래가 시작된 원ㆍ달러 환율은 삽시간에 1천1백50원대로 떨어졌다. 일부 국책은행을 제외하고는 매수세가 거의 사라진 가운데 매도 주문만 갈수록 쌓여 갔다. 점심 후엔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 주문이 나오면서 환율이 1천1백55원까지 올랐다. 이 와중에 외환시장에서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악성 루머까지 돌아 매매심리를 더욱 흉흉하게 만들었다. ◆ 정부, 5억달러 정도 사들인듯 정부는 이날 구두개입을 아끼지 않았다. 최중경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개장 직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수급 여건상 환율이 크게 하락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는 환율불안 심리가 해소될 때까지 지속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한 개입의지를 밝혔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오후장에서 약 5억달러 정도를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외평채 한도 추가 확보키로 문제는 시장 개입에 필요한 '실탄'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5조원, 지난 7월 4조원 등 총 9조원의 외평채 발행한도를 확보했으나 22일 현재 한도가 2조8천억원밖에 안남은 상태다. 재경부 관계자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한도를 늘릴 수 있고 급하면 한국은행 본원통화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1천1백50원을 방어선으로 지정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의미없는 숫자"라며 "하락 속도를 얼마나 늦추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ㆍ안재석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