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그룹 해체와 함께 뿔뿔이 흩어졌던 쌍용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각계에서 뿌리를 내리며 제2의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이들은 호텔 조선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 걸쳐 포진하면서 적자회사를 흑자로 반전시키는 등 발군의 경영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쌍용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장기택 부사장은 2001년 7월 서울힐튼호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취임 첫 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싱가포르 CDL사가 대우로부터 서울힐튼호텔을 인수하면서 스카우트된 케이스. 서울힐튼호텔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1백15% 증가한 68억원을,매출도 8% 늘어난 8백56억원을 기록하면서 서울힐튼 25년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올렸다. 힐튼호텔 관계자는 "장 부사장 취임 이후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덕분에 지난해 전 직원이 특별보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쌍용양회 사장 출신으로 수협중앙회 경제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박영일 대표도 1조2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의 경영체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000년 11월 수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성과관리 시스템,원가개념 도입 등 민간경영기법을 접목한 결과다. 덕분에 2001년 4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수협 경제사업부문은 지난해 12억원 흑자로 돌아섰으며 올해는 5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또 자회사인 노량진수산시장은 인수 첫 해인 올해 흑자가 예상되며 수협유통도 지난해 22억원의 흑자를 냈다. 옛 쌍용중공업 후신인 STX㈜ 대표를 맡고 있는 강덕수 회장은 취임 3년 만에 STX조선(옛 대동조선)과 산단에너지㈜를 인수,무서운 속도로 확대경영에 나서고 있다. 사업영역도 선박용 엔진에서 조선 방산 발전설비 에너지 부문으로 넓히면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쌍용양회에 입사,쌍용중공업 대표이사를 거친 강 회장은 기획 자금 영업 생산 등 경영 전반에 걸친 풍부한 경험과 기획력이 강점. 특히 STX조선을 이달 말 거래소에 상장시킬 예정이어서 재무구조 안정과 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동유화와 고진모터스 대표를 맡고 있는 안종원 사장도 ㈜쌍용 사장 출신으로 상사시절 체득한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우디와 폭스바겐 수입판매회사인 고진모터스는 올 상반기 9백56대를 판매,전년 동기(5백96대)와 비교해 60%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수입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성영소 전 쌍용양회 부사장도 한국통신 부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통신문화재단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쌍용 관계자는 "쌍용 근무시절 갈고 닦은 치밀한 기획력과 강력한 추진력이 다른 업종에서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