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동교동계 의원들이 19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공개 회동을 갖고 향후 당 체제 정비과정에서 일체의 중요 당직을 맡지 않기로 하는 등 `백의종군'을 결의했다. 백의종군 선언에는 한화갑(韓和甲) 전 대표, 이협(李協) 최고위원, 김옥두(金玉斗) 최재승(崔在昇) 설훈(薛勳) 윤철상(尹鐵相) 장재식(張在植) 김충조(金忠兆) 김홍일(金弘一) 이훈평(李訓平) 배기운(裵奇雲) 조재환(趙在煥) 전갑길(全甲吉) 의원등 동교동계 의원 13명과 정통모임의 최명헌(崔明憲) 의원이 참여했다. 설훈 의원은 "민주당에 남은 정통모임과 통합모임 두세력이 힘을 합치는 데 동교동에서 활동했던 분들이 힘이 될 것이며, 당을 지키고 단합하는 데 헌신적인 자세를 보이기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실무직책이라면 몰라도 당3역을 비롯해 당의 간판이나 얼굴이 될 중요당직에는 안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파 탈당 이후 민주당의 활로를 찾기 위해 동교동계가 먼저 기득권을 포기하고 전면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상징적인 선언인 셈이다. 민주당내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는 지난 97년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뒤 6년동안 공개 모임을 자제해왔고, 김 전 대통령은 `동교동계 해체'를 지시하기도 했으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17일 신당에 대해 사실상 지지를 표명하고 자신들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활동 재개에 나선 것이다. 이날 모임은 신당파의 집단탈당과 분당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열린 탓인지 참석자들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결연한 분위기를 보였다. 모임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엄동설한에 길바닥을 뛰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민주당을 분열시킨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배신행위"라며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날 모임에는 정균환(鄭均桓) 총무와 김경재(金景梓) 의원, 신당파에 합류한 배기선(裵基善) 의원, 남궁진(南宮鎭) 전 장관 등 4명도 참석했다. 특히 배 의원은 "자민련에 갔을 때처럼 연어의 심정으로 간다"며 "김대중 선생에 대한 사랑과 존경, 동교동계 식구들에 대한 우정과 동지애는 변함이 없지만, 김대중 선생의 이상과 정신을 이어받되 노 대통령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별거든 이혼이든 언젠가 다시 결합되기를 바란다. 죄송하다"며 고별사를 했다. 고별사가 끝나자 장재식 의원은 "그럴려면 안 나가야지"라며 면박을 줬고, 배의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을 면회하러 간다며 자리를 떴다. 한편 동교동계 의원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이 DJ의 의중과 연결돼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설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나뵙지 못해 어떤 뜻을 갖고 계신지 전혀 모르고, 오늘 모임에 대해서도 아마 모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고,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나도 오늘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아침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