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문제와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아니라 국방부이며 이 가운데서도 2개 핵심 태스크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 싱크탱크 `외교정책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가 인터넷 홈페이지(www.fpif.org)에 공개한 한 보고서는 2001년 10월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 주도로 국방부에 2개의 핵심 태스크포스가 설치됐으며 이 조직들이 앞장서 이라크전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신보수주의 펜타곤 기지 이라크 정보 조작'(Pentagon Office Base for Neoconservative Network Manipulation Iraq Intelligence)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두 개 태스크포스는 특수계획실(OSP)과 근동-남아시아국(NESA)이고 NESA를 맡고 있는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담당차관이 이들 두 개 조직과 미국내 강경매파 그룹인 신보수주의 세력을 연결하는 고리다. 최근 한국에 대해 이라크에 전투병 파병을 요청한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리처드 롤리스 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나 그의 바로 위 직급으로 대량파괴무기(WMD) 확산방지체제(PSI) 추진을 진두지휘하는 피터 로드맨 안보담당차관보는 모두 페이스 차관의 라인이다. 페이스 차관은 바로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총괄하는 인물로 2002년 북 핵 문제가 불거질 무렵 서울을 방문했고 이후 잇따라 대북 강경발언을 했으며, 로드맨 차관보는 2월 아랍의 한 신문과 회견에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를 언급, "부시행정부가 압도적인 힘으로 보복에 나설 권리가 있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이라크와 북한을 상대로 강경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들이 모두 국방부 핵심라인임을 알 수 있다. OSP와 NESA 두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이 모두 최근 논란의 대상인 소위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FPIF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 4월 많은 논란 속에 국방정책위원회(DPB) 위원장에서 물러난 리처드 펄이나 전 공화당 원내총무를 지낸 뉴트 깅리치,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울시(`93∼`94) 등 소위 강경 매파들이 모두 이들 핵심 태스크포스 멤버들의 후원자라는 것이다. 깅리치는 콜린 파월의 국무부가 미국의 외교를 망쳤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면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 사이의 알력을 공론화시킨 인물이고 울시는 '9.11 사건' 직후부터 이라크전쟁론을 설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 두 개 조직은 또 미국기업연구소(AEI)나 최근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하고 있는 `위클리 스탠더드' 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폭스뉴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수 매체 및 강경파 논객 찰스 크라우새머 등에게 수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와 매체들이 이라크 공격 직전 생화학무기와 핵 개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전쟁의 명분을 선전했고 최근 이라크 관련 정보 조작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배경을 설명해 준다. 또한 이들 두 개 조직은 국방부나 국무부 등과 정식 협의를 거쳐 정책을 입안,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부내 강경 매파로 통하는 존 볼턴 군축담당 차관이나 딕체니 부통령의 딸인 엘리자베스 체니 국무부 근동문제 담당 부차관보 등 `실세'들과 직거래하고 있다고 FPIF 보고서는 지적했다. 2002년 미국의 대북 특사 파견 및 올해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측 대표로 볼턴 차관이 나설 것이라는 정보가 나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도 이들 국방부 내 핵심 조직은 페이스 차관과 펄 DPB위원장의 천거로 입성한 엘리엇 에이브럼스 부보좌관에 직보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보고서가 나온 날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부시의 핵심 참모이자 실세로 알려졌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NSC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놀라운 것은 이들 국방부 핵심 조직들은 CIA와도 직접 의견을 교환하지 않으며 깅리치 전 의원이나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겸 안보보좌관인 르위스 릴리 등 `거물'들을 통해 연락을 취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CIA 정보분석가들은 이들 거물급의 방문이 정보 분석에 영향을 주고 부시행정부내 매파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재단(tailor their analyses)하기 위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두 개 조직은 또 이라크 다음 타깃으로 이란을 꼽고 한때 이란 전복 계획을 입안했다고 보고서는 밝혀 이들이 미국의 전쟁 계획을 총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