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에서도 상장기업이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위해 쓸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3백96개(금융업·관리종목 제외)의 6월 말 현재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모두 17조6백22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거둔 순이익에서 법적 적립금 등을 뺀 수치에다 전기 이월 잉여금을 합한 것으로 현재 순수하게 보유한 잉여금이다. 기업들은 이 자금을 재원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서게 된다. 거래소는 상장기업들이 미처분 이익잉여금 17조원을 모두 현금 배당한다고 가정할 경우 17일 현재 배당 수익률은 7.8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배당 수익률은 평균 4.75%였다. 또 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살 수 있는 자사주는 총상장주식(보통주 기준)의 20.19%에 해당하는 19억2천7백만여주로 조사됐다.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가장 많은 회사는 삼성전자로 1조2천9백4억원이다. 삼성전자가 이 돈을 모두 배당에 쓸 경우 배당수익률은 1.77%,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경우는 총주식 수의 1.9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한국전력(1조2천8백33억원) 포스코(1조8백69억원) 현대자동차(9천8백81억원) 순으로 미처분 이익잉여금이 많았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올 상반기 경기침체로 미처분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하반기에 경기 회복과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상장기업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여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