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태풍 '매미'로 인한 대규모 피해발생의 책임소재와 손해배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항만운영사, 시설공사회사, 보험사 등 관계 회사들간에 심각한 분쟁 회오리가 예고되고 있다. 우선 가장 피해가 심각한 크레인 복구를 둘러싸고 항만운영사와 크레인 제작사간의 분쟁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신감만부두는 크레인 7기중 6기가 붕괴돼 부두가 거의 마비상태에 빠져 수백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는 물론 하역차질로 인한 막대한 운영수입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운영사인 동부부산터미널은 인근의 신선대와 감만부두의 크레인은 멀쩡한데 신감만 부두 크레인들만 줄줄이 무너진 만큼 부두나 크레인의 부실시설에 의혹을 제기할 분위기다. 동부측은 공사 결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건설사나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태세다. 이는 크레인 2기가 붕괴되고 3기가 궤도에서 이탈한 자성대부두의 경우 크레인 피해에 대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부실시공 여부를 밝혀내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에 부서진 크레인은 초속 50m의 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시공됐으나 부산지방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밝힌 당시 부산의 최대풍속은 초속 42.7m로 설계기준에 훨씬 못미친다. 그러나 신감만부두의 건설공사를 발주한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당시 신선대부두가 측정한 풍속이 초속 52m에 달했던 점을 들어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풍이 불었다고 단정하는 분위기다. 컨테이너공단이 지난 17일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크레인 붕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정밀조사에 착수한 만큼 3개월쯤 뒤에는 책임소재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신감만부두의 부서진 크레인 장비보험을 놓고서도 분쟁 가능성이 높다. 신감만동부부산터미널측은 자사 크레인 2기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으로부터 임대한 4기 등 총 2백억원이 넘는 크레인 6기를 운용해 오다 이번 태풍에 부서졌는데 보험한도는 총 6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국컨테이너공단 관계자는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과 재산가액 상당액 이상의 손해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장비임대차 계약을 맺은 만큼 이번 태풍 피해 중 보험금으로 충당 안되는 금액은 동부부산터미널에 보상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부부산터미널은 "사고건당 60억원까지 보상을 받도록 규정한 보험증서를 공단에 제출했으며, 사고건당 보상한다는 의미가 부서진 크레인 1기에 60억원인지, 6기에 60억원인지 등을 보험사와 충분히 검토해 본 후 대응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야적장이 물바다로 변하면서 침수피해를 입은 컨테이너 2천8백여개에 들어 있던 수출입 화물의 보상문제도 큰 분쟁거리다. 침수된 컨테이너 중 화주가 외국기업이어서 피해 여부를 확인조차 못하고 제3국으로 실어보낸 환적화물의 경우 나중에 화물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국제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부산항이 정상을 회복하더라도 갖가지 피해의 책임소재 등을 둘러싸고 길고 지루한 법적소송 등 분쟁이 상당기간 잇따르는 후유증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