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4시20분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인근 '사랑의 교회' 앞길.교회 바깥의 술집과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는 불빛들이 아직도 환한데 성경을 손에 든 사람들이 줄지어 교회로 들어선다. 지난 8일부터 매일 열리고 있는 '40일 특별 새벽부흥회'에 온 사람들이다. 2천5백여명이 앉을 수 있는 교회의 본당은 벌써 사람들로 꽉 찼다. 고정 의자는 물론 통로에 놓인 간이의자에도 빈 자리가 없다. 본당 옆의 별관과 사랑관도 만원이다. 새벽기도회는 4시50분부터 열리지만 이미 3시쯤이면 사람들이 도착하기 시작한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청소년과 주부 직장인 노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참석한 이날 기도회는 끊임없는 찬양과 기도 설교 등으로 한시간 가량 계속됐다. 참석자들은 찬양과 기도를 통해 성령의 은혜와 치유,한국 교회와 신자들의 변화를 기원했다. 기도회를 이끈 오정현 목사(사진)는 설교를 통해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이 되기는커녕 사회에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은 통탄할 일"이라며 "성령이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듯이 새벽기도회가 내면의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새벽기도회 참석자는 4천3백여명.특별 새벽부흥회에 앞서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새벽기도회 참석자는 처음엔 3백명에 불과했으나 1천6백명,3천명 등으로 폭증해 지난 15일 새벽기도회에는 5천3백여명이나 참석했다. 무엇이 매일 새벽 이 많은 사람들을 교회로 부르는 것일까. 오 목사는 "이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심정이 그만큼 급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사회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잡아야 할 교회마저 본질에서 벗어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사랑의 교회에서 벌어지는 새벽기도 열기의 의미는 각별하다. 오는 21일 창립 25주년 기념예배를 갖는 이 교회의 신자수는 4만여명.세례 교인만 1만2천여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다. 그러나 이 교회를 개척한 옥한흠 담임목사는 정년을 5년 앞둔 상태에서 조기 은퇴를 선언,미국에서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이끌던 오 목사를 후임자로 발탁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부터 공동 목회를 시작,4개월간의 인수인계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옥 목사는 이미 담임목사실을 비워주고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상태.숱한 대형 교회들이 목회자 세습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 목사는 "균형과 품격을 갖춘 기독교가 무당 종교처럼 변해버린 것이 오늘날 교회의 위기"라며 "세상의 복을 구하기보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와 의(義)를 세우는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