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이 올 해 성장률 3%대 달성이 어렵다고 전망하는 가운데 정부는 3%대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여 성장률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는 16일 인터넷 국정신문인 '국정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태풍피해가 경제에 다소 영향을 미치겠지만 3%대 성장률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태풍 매미의 피해로 하반기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데 대해 "아무래도 다소 영향은 있을 것이나 긍정적 국내외 경제지표와 피해복구대책의 조기집행을 통해 당초 성장 목표 3%대는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남아있는 예비비 1조1천800억원과 국고채무 형태로 1조원을 긴급 지원하고 모자라면 추경예산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혀 태풍에 따른 성장률 잠식을 재정으로라도 메워 3%대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이같은 경제 인식은 침체된 소비.투자 위축이나 4.4분기 예상되는 농업생산 감소 등을 감안할 때 너무 낙관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은 3%대 성장이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2% 성장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이날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미미한 수준의 회복에 그쳐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 이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치는 지정학적 긴장과 노사문제, 금융시장 불안 등이 소비 및 투자 심리를 급격히 악화시킨데다 가계 대출과 카드 부문 위축까지 겹쳐 우리나라 경제가 98년 이후 처음으로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아직 공식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2%대로 하향해 두고 있다. 박승 총재는 이날 아침 시중.국책은행장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은은 당초 3.1%의 성장률을 예상했으나 3.4분기로 기대했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소비.투자 부진이 개선되지않고 있어 성장률이 떨어지지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올 해 성장률 3% 달성이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소비.투자 부진, 태풍 피해와 일기 불순으로 인한 벼 작황 부진에 따른 4.4분기 농업생산 감소 등 예상되는 성장 잠식 요인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면서 "필요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이처럼 올 해 성장률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은 2.4분기 경제가 부진했던 데다 3.4분기도 자동차 파업과 화물연대 파업, 태풍 등으로 당초 예상했던 2.7%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7월 이후의 잦은 비, 태풍 등으로 하반기 성장률에서 비중이 큰 농업생산이 감소하면서 4.4분기 목표 성장률(3.8%) 충족도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작용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원장 좌승희)은 지난 7일 올해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성장률이 작년(6.3%)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7%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2.9%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경연은 올 하반기 수출호조는 이어지겠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돼 이들 부문의 연간 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소비.투자 위축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일기 불순이나 태풍 등의 예기치않은 요인으로 올 해 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돌발 요인들이 우리 경제의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경제는 분명히 회복 국면으로 갈 것이며 내년 상황은 올 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