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이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다. 적어도 도시인들에게는 그렇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은 도시의 휘황찬란한 빛 때문에 더 이상 은하수는 물론 12천궁도의 몇 개 별자리를 볼 수가 없어졌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얘기다. 15일 스위스 언론에 따르면 최근 독일에서 '국제밤하늘협회'가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는 천문학자와 조류학자, 보건 전문가들이 대거 몰려들었으며 빛에 의한 밤하늘의 오염 문제에 대해 개탄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는 것. 필립 헤크 국제밤하늘협회 스위스 지회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명을 끄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밤하늘 전체를 밝히지 말고 필요한 곳에만 조명을 집중하자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07년 취리히의 역광장에 세워진 스위스 최고의 천문대를 가리키며 "빛의 오염 때문에 천문대 입지로는 최악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겨우 행성과 달을 관측하는데 적합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몇년간 시내 중심에서 은하수를 보지 못했다"면서 "취리히 같은 도시에서는 가장 밝게 빛나는 항성 몇 개만을 볼 수 있을 뿐이고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별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개탄했다. 헤크 지회장은 "취리히의 모든 상방향 조명을 차단한다면 취히리 중심가에서도 그믐밤 은하수를 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위스에서 빛에 의한 밤하늘의 오염이 가장 덜한 곳은 국토중심부의 고타르, 동남부의 그라우뷘덴 단 두 곳 뿐이다. 빛의 오염이 심한 곳은 물론 인구 밀집지역. 특히 선진공업국의 도시들이 심하다. 인공위성 사진에 의하면 유럽과 미국 동부, 일본 등에 오염이 집중돼 있다. 천문학자들은 지난 1950년대부터 도시 지역의 불빛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조류학자나 보건전문가들도 합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도시의 불켜진 건물들을 보고 철새들이 착시를 일으켜 이동경로를 이탈하기 일쑤라고 한다. 스위스조류연구소 관계자는 철새들이 이동 경로, 속도, 고도를 바꾸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철새의 긴 이동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 착오는 생존능력이 취약한새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것. 독일의 한 연구보고서는 매일 밤 도시의 가로등 1개당 150마리의 곤충이 죽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곤충들은 일단 불빛에 유혹당하면 생식능력은 물론 먹이를 찾고자 하는 욕구마저 사라질 때까지 맴돈다고 한다. 취리히 시내에 대략 5만개의 가로등이 설치돼 있다고 보면 매일밤 100만마리의 곤충이 죽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곤충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 뿐만 아니라 전체먹이 사슬이 붕괴되는데 있다. 일부 학자들은 선진국에서 유방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조명 과다로 여성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자연스런 분비가 무너진 탓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헤크 지회장은 상방향 조명은 에너지와 불빛의 낭비라면서 이를 가리거나 하향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조명방식이라면서 교회, 성당을 포함한 고건축물을 밑에서 비추는 조명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리히 당국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야외 조명을 개선하는 10개년 계획을 마련했다. 빈센트 반 고호의 그림 제목처럼 '별이 빛나는 밤'이 회복돼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국제밤하늘협회의 꿈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