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태풍탓…사과ㆍ배 반입 90%나 격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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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사과 배 출하량이 평소의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태풍이 사과 등의 주산지인 영남일대를 강타한데다 피해를 복구하느라 과일 출하 작업이 아예 중단된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15일 새벽 2시.
사과 배를 제외한 과일 경매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경매 안내방송이 나가자 트럭 주변으로 상인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이내 표정이 굳어진다.
5일 만에 열리는 경매인 만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적어서다.
포도는 평소보다 30%, 복숭아는 10% 정도 출하량이 줄었다.
"어허야라 어허야라∼ 36번 15개 2만7천원."
경매사들과 중도매인들 사이에 신경전이 시작된다.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지 않은데도 물량이 적어 시세가 높게 형성된다.
경상도 물량이 빠진 채 거래된 포도(5㎏ 특품)는 추석 직전(1만6천원)의 2배가 넘는 3만5천원에 거래됐다.
한 포도 경매사는 "추석 직후엔 가격이 30∼40% 떨어지게 마련인데 태풍 탓에 꺾이질 않는다"며 "출하가 정상화될 때까지 상당기간 강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과 배 경매시간인 오전 8시30분.
경매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양이 경매장에 깔려 있다.
반입된 사과는 15㎏짜리 9백17박스.
추석 직전의 10%에 불과하다.
배는 더 심하다.
달랑 14박스뿐이다.
팔짱을 낀 채 찌푸린 얼굴로 구경만 하던 한 중도매상은 배 경매가 끝나자 "물건이 있어야 값을 부르든지 말든지 할거 아니여"라며 투덜거렸다.
가락공판장 중매인협의회 총무인 정흥욱 도매인은 "이 정도 물량이면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봐도 된다"며 "추석 직후엔 물량이 줄게 마련이지만 홍로나 홍월 같은 조생종 사과는 보관성이 떨어져 출하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도 출하량이 적은 걸 보면 태풍 피해가 생각보다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상인들은 과일 공급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가을엔 하우스 딸기는 아예 구경조차 힘들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가락공판장 과일부 김용 차장은 "태풍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면 소비도 둔화되게 마련"이라며 "올해도 작년 만큼 과일 소비가 부진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