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수확하려 했는데..." 충북 최대 배 산지인 영동군 상촌면 상도대리에서 3천300여㎡의 배 농사를 짓는박주용(61)씨 는 태풍 '매미'가 휩쓸고 간 뒤 밭고랑 위로 누렇게 떨어져 나뒹구는배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석 탓에 변변한 대목도 보지 못하고 출하를 기다리던배가 수확을 열흘 남짓 앞두고 내습한 태풍 '매미'에 절반 이상 낙과(落果)했기 때문이다. 이른 봄부터 자식을 돌보듯 정성을 쏟은 덕에 올 여름 궂은 날씨와 병해충에도아랑곳없이 여느 해 못지않은 풍작을 기대했던 박씨는 이번 태풍으로 8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보게돼 당장 농협 대출금과 밀린 자재값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박씨는 "아이 머리 크기로 다 자란 배를 출하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잃게 돼 살맛이 없다"며 "그나마 나무에 매달린 배도 폭풍우에 흠집이 생겨 제값이나 받을지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영동군내에서 태풍 '매미'로 낙과 피해를 본 배밭은 121㏊(14일 잠정집계 분)로전체 264㏊의 45.8%에 달한다. 여기에 피해가 경미하거나 조사에서 누락된 밭까지 합치면 올해 배 생산량의 50% 정도가 이번 태풍으로 감수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수출도 2년 연속 차질이 우려된다. 이 지역 배 생산자 모임인 영동배연구회(회장 김정열.52)는 지난 2000년 이후해마다 동남아나 유럽 등지로 100t 이상의 배를 수출해왔다. 그러나 작년 태풍 '루사'로 심각한 낙과 피해를 본 뒤 대만 등 동남아로 보내기로 한 150t 가운데 70t만 수출하는 데 그쳤다. 김 회장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가뜩이나 작황이 좋지 않은 데 태풍피해까지 겹쳐 수출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잇따라 수출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국제신인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영동군은 피해 농가를 돕기위해 '배 팔아주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