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이후의 국내 정치·사회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김두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부안 군수 폭행사건,노사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노사관계개선안 등 현안에 △미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요청 △칸쿤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와 농민자살 등이 겹쳐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치권의 갈등이 증폭되고 제 목소리를 내려는 이익단체들의 집단행동이 격화될 우려조차 없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라 경제를 생각해야 마땅하다. 당리당략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나 WTO 각료선언에 따른 농산물개방 문제가 국회라는 정치의 장(場)을 벗어나 장외집회 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우선 긴요하다. 그렇지 못해 이들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그래서 집단행동 등으로 이어져 질서혼란을 결과하게 된다면 경제는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만 하더라도 찬반논리가 뜨겁게 부딪칠 개연성이 충분하다. 또 한차례 보수와 진보간 격돌이 빚어지고 세(勢) 과시를 위한 시위와 집회가 밀물처럼 쏟아질 우려가 없지 않다. 농산물 개방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예고됐던 일이지만 WTO 각료회의가 개방을 더욱 분명히 한데다 농민자살사건이 겹쳐 전농(全農) 등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빚어질 공산이 짙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무엇보다도 현실감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파병이 감정적으로 내키지 않는 일임에 분명하지만,유엔의 이름으로 평화유지군이라는 형태아래서라면 이를 꼭 거부하는 것이 옳은 일이고 또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생각해볼 일이다. 국민들의 감정에 영합하려고 들어서는 지금의 복잡한 국면을 타개할 수 없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는 농업문제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통상외교적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농업개방은 사실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것 또한 분명하다. 개도국 지위 확보나 관세상한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집단행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경제가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지 않도록 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