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플래시 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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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는 온갖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얼굴과 이름을 숨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이버공간은 어떤 행동도 가능한 또 하나의 세상이 된 것이다.
특히 이 가상공간은 네티즌들이 현실세계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뿐더러 다양한 경험으로 욕구충족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장소에서 떼지어 만나서 우스꽝스럽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다가 이내 흩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상의 e메일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들인데,번개처럼 만나는 일단의 무리라 해서 이를 '플래시 몹(flash mob)'이라 지칭한다.
플래시 몹은 지난 6월 뉴욕에서 시작됐다.
한밤중 맨해튼의 하얏트호텔에 모인 플래시 모버(flash mobber)들은 15초 동안 장내가 떠나갈 듯한 박수를 치고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어 센트럴 파크의 자연사박물관에 모여서는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흉내내고,백화점에는 수백명이 들이닥쳐 양탄자를 주문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여름이 지나면서 플래시 몹은 유럽 일본 등지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로마에서는 한 대형서점에 몰려가 있지도 않은 책을 주문하는가 하면,런던에서는 가구점 앞에서 넋을 잃은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역의 한 횡단보도에 40여명의 플래시 모버들이 모였다.
이들은 도로를 건너는 행인들을 향해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하며 5분 동안 소리를 질러댔다.
플래시 몹이 처음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현대판 가면 무도회'라 불리는 플래시 몹은 온라인상의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짧은 순간이나마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을 원하는 심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으로 사회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는 판에 박은 일상생활에서의 탈출이기도 하다.
갈수록 상상력을 초월하는 플래시 몹이 사회파괴적인 주제가 아닌 환경과 건강 등을 다루는 건전한 퍼포먼스로 발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