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맥비커 연출, 소프라노 신영옥 주연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제작 베르디 오페라「리골레토」가 오는 28일, 30일, 10월 2일, 4일 총 4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예술의전당의 2003-2004 시즌 개막작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지난해「오텔로」에이어 로열오페라와 예술의전당의 제휴로 소개되는 두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됐던 신작이다. 특히 '오페라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영국 출신의 젊은 연출가 데이비드 맥비커의 파격적 연출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 '여자의 마음'이라는 아리아로 유명한「리골레토」는「라 트라비아타」「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오늘날 베르디의 중기를 대표하는 인기 오페라로 꼽히지만, 탄생과정에서는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방탕한 군주(프랑수아 1세)를 비롯해 프랑스 왕실을 타락의 온상으로 묘사한 빅토르 위고의 희곡「환락의 왕(Le Roi s'amuse)」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당시 이 희곡은 발표되자 마자 당국으로부터 공연 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베르디는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기 위해 대본 작가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에게 의뢰, 극중 배경을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프랑스 군주를 이탈리아 공작으로 바꿔 당국의 검열을 피했다. 원래「저주」라고 정했던 오페라 제목도 극중 주인공 꼽추광대의 이름인「리골레토」로 바꾼 후에야 공연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호색한 '만토바 공작'의 시중을 드는 꼽추광대 '리골레토'가 자신의 딸 '질다'를 농락한 공작을 죽이기 위해 청부살인업자 스파라푸칠레에게 살해를 의뢰하지만,결국 딸 '질다'가 스파라푸칠레의 칼에 찔려 죽는다는 비극적 줄거리. 맥비커가 연출한「리골레토」는 이렇듯 저주와 복수, 살인, 구원 등 원작에 담겨있는 격정적인 코드를 가감없이 드러내며 연극적인 요소를 강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특히 만토바 공작의 질펀한 파티를 다룬 1막에서는 실제 반라, 전라의 연기자들이 뒤엉켜 연회를 즐기는 파격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예술의전당측은 "충격적이고 대담한 연출이지만 '보여주기'식의 선정성이 작품의 실체는 아니다"며 "고귀함과 추악함,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진실을 원작에 담긴 그대로 재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현재 파리에서「돈 조반니」작업으로 방한하지 못하는 맥비커를 대신, 맥비커의 조연출자로 활약한 마르코 게랄디가 리바이벌 디렉터로 참여하게 된다. '질다' 역에 가장 어울리는 소프라노로 꼽혀온 신영옥은 이번이 국내에서의 세번째 오페라 무대. 신영옥과 함께 '리골레토' 역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03-2004 시즌「리골레토」에도 캐스팅돼 있는 바리톤 프레데릭 버치널, '만토바 공작'역에는 멕시코 출신의 테너 호르헤 로페스 야네스가 출연한다. 베이스 양희준(스파라푸칠레 역)과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막달레나 역)도 가세할 예정. 음악은 이탈리아의 귀도 아즈모네 마르산이 지휘하는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공연시간은 오후 7시 30분, 3만-14만원(중학생 이상 입장가). ☎580-1300, 780-6400, 1588-7890.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