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지방 분권·균형발전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차별'을 이유로 집단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을 각종 지원 대상에서 완전 배제하고 있어 수도권 내 낙후지역의 개발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경기도 등 광역 지자체와 여주 연천 가평 등 기초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입법 의견수렴 과정에서 '수도권 역차별 조항'을 완화토록 노력하되 수용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수도권 규제란 이름 아래 철원 포천 등 경기 북동부 등 낙후 지역 개발이 안된다"며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지자체간 '부익부 빈익빈' 심화=재정경제부가 입법 추진 중인 '지역특화발전특구법안'은 대표적인 수도권 역차별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특구설치를 통해 발전을 유도하는 이 법안은 수도권을 대상에서 제외해 포천 연천 가평 여주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수도권 동북부 지역의 개발 여지를 없앴다는 지적이다. 정창섭 경기도 행정부지사는 "동북부 지역에 영어마을 특구를,여주군과 이천시를 도자기특구로 각각 지정해 발전을 유도하려는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법률안 보완이 뒤따르지 않으면 기초 지자체들과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부가 지방 대학의 과학기술 연구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지방과학기술진흥에 관한 법률'도 비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삼아 수도권 동북부 대학들은 과학 연구시설 유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천의 대진대학 홍기형 총장은 "경기 동북부 지역 대학들은 빈약한 문화·학술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다면 지역균형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또 농가주택 구입에 따른 1가구 2주택 때 주는 양도소득세 감면혜택 대상에서 수도권 농촌을 제외하고 수도권 공장 지방이전 때 세감면 대상을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는 정책도 '수도권 내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택수 양평군수는 "한강 수질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 지역을 수도권이라고 해서 균형발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 동북아 금융허브 기대난=서울시는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계획'과 '산업클러스터 육성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이 서울시내 건물을 매입해 공공법인 사무실로 용도변경할 수 있는 업무 분야를 17개에서 6개로 줄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무역 금융 보험 증권 언론 국제업무와 관련된 공공법인이 아니면 사무실을 새로 낼 수가 없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 정보통신 관광 예술 첨단과학 등의 기능을 위축시키면 산업클러스터 및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상암동 DMC~여의도~청계천을 잇는 삼각지역을 집중 육성해 서울을 동북아 금융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문화콘텐츠 정보통신 등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기관이 없다면 상암동DMC는 실현 가능성이 낮고 그에 따라 동북아 금융거점 구상도 물거품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합리적 보완 필요'=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의 발목을 잡고 양쪽이 꼼짝 못하는 상황"이라며 "필요성과 효과성을 따져 수도권 규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기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분권은 정치논리가 아니라 공장설립 등에 관한 각종 인·허가권을 이관해 지자체가 투자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균형발전이란 명목으로 수도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면 국가 경쟁력도 같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기호·김희영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