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기에 신고하러 왔는데자격이 안된다니 큰일입니다." 1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안산시 안산노동사무소 1층 고용안정센터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리차드(42)씨는 직장이 없어 취업신청서를 제출할 수 없다는 센터 직원의 말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년8개월전 한국에 관광비자로 입국, 반월공단에서 일하던 리차드씨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최근 이곳 저곳을 떠돌며 일당을 받고 일하고 있다. 리차드씨는 소속된 회사가 없어 고용확인신고서와 표준근로계약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신청을 할 수 없었다. 중국 옌볜에서 온 조선족 정동환(46)씨 역시 최근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10월말까지 회사에 취업을 하지 못하면 강제 출국될 처지에 놓였다. 이날 오전 신고를 위해 고용안정센터를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부분은 이들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안정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이날부터 다음달 말까지 국내체류 4년 미만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안정센터의 확인을 받아 합법적으로체류할 수 있지만 이들처럼 일용직 근로자들은 신청자격이 없다. 더구나 다음달까지 자진출국해야하는 4년 이상 근로자들은 "왜 나가야 하느냐"며 출국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국내체류 6년6개월째인 스리랑카출신 에드리(36)씨는 "나는 한국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기 때문에 사장이 매우 좋아한다"며 "IMF때 월급도 제대로 못받고 열심히 일했고 고용허가제 역시 우리들이 투쟁으로 얻은 것인데 고생만 잔뜩한 장기체류자들을 모두 나가라면 누가 나가겠느냐"며 국내 체류의사를 밝혔다. 방글라데시 출신 재키(29)씨는 "내년말까지는 돈을 더 벌어야 하기 때문에 출국하지 않을 것이고 단속 나오면 도망 다닐 계획"이라며 "내 주변에서 출국하겠다는장기체류자는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환영하지만 4년 이상장기체류자들에 대해 아무런 혜택을 주지않음에 따라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어도 잘하고 숙련공이기 때문에 사업주도 선호하는 만큼 4년이하근로자들과 동일하게 한번쯤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달말까지 전국 각 노동사무소 고용안정센터를 통해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22만7천여명을 대상으로 자진신고를 받아 합법적으로취업기회를 보장하며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강제 출국조치할 방침이다. (안산=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kcg3316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