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권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경찰관에게 대들거나 심지어 폭행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2시30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북부경찰서 서부지구대 바로 옆에 있는 한 음식점. 만취 상태에서 패싸움을 벌이던 취객 박모(46.노동)씨 등 8명이 싸움을 말리러출동한 신모(30) 경장 등 4명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어 흉기를 휘두르며 위협해 쓰러뜨린 채 손등을 물고 허벅지를 밟는 등 10여분간 폭행했다. 이날 참기 힘들 정도로 수모를 당한 경찰은 지구대 소속 순찰차 4대와 경찰관 10여명이 모두 출동한 후에야 박씨 등에게 겨우 수갑을 채울 수 있었다. 자신도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방모 경사는 "욕 먹는 건 다반사고 멱살을 잡히거나 주먹질을 당하기도 하지만 걸핏하면 `민주 경찰이 그럴 수 있느냐. 인터넷에띄우겠다'며 협박하듯 내뱉는 억지 주장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에도 보수단체 집회에서 인공기를 빼앗으려던 사복경찰관이 흥분한 일부 시위대들에게 두들겨 맞아 추락할대로 추락한 공권력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공무집행 방해 행위가 사복경찰관 뿐 아니라 엄연히 경찰복을 입고 있는파출소 경찰관에게 더 자주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범죄나 단속현장 뿐 아니라 일상적인 순찰 때도 112 순찰차만 보면 취객들이 다가와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잦다"라며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이런 현상은 사회의 전반적인 `탈권위 추세'와 맞물려 있는 것인 만큼 공권력권위회복 만을 무조건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과거 국민들이 경찰관 정복만 보면 갖곤 했던 외경심을바라기는 어렵게 된지 오래다"라며 "치안 수요는 자꾸만 늘어나는데 경찰관 숫자를무한정 늘려달라고 하기도 어렵다보니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무엇보다 공권력 스스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법 집행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취객들에게 수모를 당한 경찰이 이들을 지구대 사무실로 데려간 직후 법에따라 조사하기 보다는 이들을 발로 짓밟고 얼굴을 마구 때리는 등 `보복성 폭행'을가한 것은 공권력 스스로 공권력이기를 포기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부녀자 연쇄 납치극에 가담한 사건이나 최근 현직 검사가 몰래 카메라를 찍어 가면서까지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사건에 이르러서는 공권력 추락을 스스로 초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불법행위 단속을 하거나 범죄현장에 출동했을 때 "민주경찰이죄없는 사람을 잡아간다"라거나 "가난하고 빽없는 사람만 노린다"는 전통적인 항변말고도 "당신부터 법을 지켜라"는 훈계(?)를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