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27,28일 이틀간 열린 베이징 6자회담에서 다자 및 양자 접촉을 갖고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북한도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외무차관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이번 회담에 대한 평가와 대화의 지속 필요성 등을 담은 공동발표문 내용에 대체적으로 합의했다"면서 "북한은 평양 당국의 지침을 받아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북ㆍ미 이견 좁혀지나 =북한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조약 체결 등 체제 보장이 선행돼야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지난 4월 베이징 3자회담에서 밝혔던 4단계 '새롭고 대범한 제안'의 범위 내에서 미국의 선(先)조치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4단계 제안은 △미 중유공급 재개→북 핵개발 포기 천명 △미 대북 불가침조약 체결→북 핵사찰 수용 △미ㆍ일 대북수교→북 미사일 문제 해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완공→북핵 폐기 등이 주내용. 그러나 "북한과의 접촉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라는 위성락 한국측 차석대표의 말 속에서 북한의 입장이 유연해졌음을 감지할 수 있다. "북한이 새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북ㆍ미가 전격 합의할 획기적인 안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선 체제보장 요구에 대해 먼저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영구적인 핵폐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대북 국교수립과 함께 경제원조와 식량지원이 포함된 지원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다자회담만을 고집하던 미국이 지난 27일 두차례 북한과 비교적 긴 대화를 나눈데 이어 28일에도 비공식 접촉을 가진 것으로 전해지는 등 입장이 유연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중재 나선 한국 =북ㆍ미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한국 대표단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6자회담 첫날인 27일 저녁 북한과 양자접촉을 가진데 이어 28일 오전에는 한ㆍ미ㆍ일 협의를 가졌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한ㆍ러 협의를 가졌고 이후 러시아는 북한과 양자협의를 가졌다. 남북은 어제에 이어 28일 양자접촉을 한차례 가졌다. 전날 북한과의 양자접촉은 북ㆍ미간 양자접촉이 한시간 가량 진행된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 주최 만찬 직후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김영일 북한 수석대표는 미국의 기조연설 의도와 배경에 대해 물었고 이수혁 한국 수석대표는 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북ㆍ미간 이해의 폭을 넓혔다. 남북한 양측은 북핵문제를 풀어가려는 노력에 대해 상호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6자회담이 상호 유익했다고 밝혔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