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를 건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시장 공략 수단은 브랜드 마케팅이다. 외국 기업들은 골프 등 스포츠 마케팅에서부터 학교급식 지원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공헌을 통한 마케팅까지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외국 기업들의 비중이 커져 브랜드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지난 2001년 기준 외국인 투자기업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외국기업들의 매출액은 86조6천억원에 달했다.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4.8%(5백83조8천억원)를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최대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은 시장 선점과 점유율 확대를 위해 브랜드 마케팅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들의 구미도 까다로워져 브랜드 마케팅 경쟁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먼저 선점 전략.한국 수입차 시장은 세계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를 비롯해 미국의 GM과 포드, 이탈리아의 페라리, 마세라티 등 거의 모든 차종이 상륙해 경쟁이 치열하다. BMW와 아우디를 수입하는 BMW코리아와 고진모터임포트는 고급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뉴760 시리즈와 뉴아우디 A8 등 일부 인기 차종을 선박 수송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기로 공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소니코리아는 'Time to Korean Market'(신상품을 얼마나 빨리 한국 시장에 도입하는가)을 최대 과제로 삼을 정도다. 한국 소비자들만을 위한 제품을 개발, 과감한 마케팅을 벌이는 사례도 많다. 유니레버코리아는 한국인 취향에 맞는 도브 크림샴푸를 출시했다. 한국P&G가 한국 시장용으로 개발한 여성 생리대는 본사가 제품과 광고를 그대로 외국 시장에 가져가 적용한 예다. 차별화된 제품 디자인과 예술적 감각을 중시하는 기업 철학까지도 브랜드 마케팅 대상이다. 깜찍한 뉴비틀로 유명한 폭스바겐은 수입 업체인 고진모터임포트를 통해 지난해 디자인 공모 행사를 벌였다. 대상을 받은 디자인은 뉴비틀에 그대로 채용됐다. 코카콜라도 독특한 코카콜라 병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일 월드컵을 주제로 한 그림 공모전을 벌였다. 지역사회 공헌도 최근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외국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 기법. 유럽 1위의 세계적 종합물류 회사인 TNT는 기아 추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교급식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 주목을 받았다. 외국 기업들은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다. 컴퓨터 프린터 등 사무기기를 판매하는 엡손코리아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1백억원을 할애했으며 이 중 80% 이상을 광고비로 집행했다. 전문가들은 반짝 판촉에만 집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 회사들의 이런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적인 예로 지난 1925년 세계 1위 브랜드였던 켈로그, 질레트, 코닥, 아이보리 등이 경쟁사들의 끊임없는 도전에도 지금까지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살아남은 것은 적극적인 브랜드 육성과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덕분이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