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개막 첫날인 27일 연쇄 접촉을 가진북한과 미국이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 수석대표인 북한 김영일 외무성 부상과 미국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이날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앤(芳菲苑)에서 열린 6자회담 본회담 직후 첫 양자접촉을 가진 데 이어 저녁 중국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주최 환영만찬에서 옆 자리에 앉아 1시간 동안 밀담을 나눴다. 북한은 양자접촉에서 미국이 불가침조약 체결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전환해야핵 폐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북한이 핵 폐기를 해야만 대북 안전보장 방안 등 북한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번이 첫 6자회담인 만큼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있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양측이 서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고 아있다"는 베이징 외교소식통의 말도 이같은 맥락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못한 수준의 핵 포기 '대가'를 제시, 북한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최대관심사인 체제보장 방안에 대해 언급은 했지만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원칙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북.미 수교와 대북 경제 및 인도적 지원,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 지원 등북한에게 절실한 '당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미국의 강경기조는 국내 강.온파간의 대립에 따른 정책 전환에 따른 것이란 분석과 함께 한.미.일 3국 공조에 따른 '역할분담'에 의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원칙론을 견지함으로써 북한의 오판 여지를 줄이는 한편 한국과 일본이대북지원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북한을 협상국면으로 이끌어내겠다는 '양동전술'을쓰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북.미 접촉이 난항을 겪는다고 해서 6자회담 전망을 미리부터 어둡게봐서는 안된다는 게 회담 참여국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6자회담 참여국들이개막전부터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는 차기회담 일정만 잡아도 성공이다"며 기대치를낮춰 잡은 점은 오히려 현실적인 판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양측이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을 교환했다는 소식이 외부로 흘러 나온것과는 대조적으로 참여국들이 차기회담 일정에 의견이 좁혀지고 있고, 폐막일에 공동발표문 또는 의장발표문 채택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 것은 이번회담의 독특한 성격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첫 회담은 탐색전 성격인 만큼 어느 쪽이든 섣불리 양보를 하기 어렵고 차기회담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그래서 차기회담에서는 수석대표 직급이 격상돼 대표단들이 재량권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