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회사원 A씨는 요즘 튀어나온 배 때문에 고민이다. 30대 초까지만 해도 직장 동료들에게 은근히 다부진 체격을 과시하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튀어나온 배 때문에 '똥배 아빠'라고 어린 딸들에게서도 놀림을 당하고 있다. 복부가 비만하게 된 원인은 바로 그의 생활습관 때문이다. 허리 둘레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지난해 맞춘 양복은 물론 캐주얼도 모조리 입을 수 없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A씨는 복부 비만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직장인들은 불규칙한 식사, 과도한 음주, 흡연, 운동량 부족 등으로 대사 증후군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특히 남성들은 복부 비만으로 인해 생활 습관병이 생기면 다른 합병증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허리 둘레 90cm 이상(남자)은 복부 비만 =복부 비만의 측정 기준은 배와 엉덩이의 둘레비율. 배꼽 부위의 배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다. 남자는 0.95 이상, 여자는 0.8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판정한다. 일반적으로는 허리둘레가 남자 90cm(35인치) 이상, 여자 80cm(31인치) 이상일 경우 복부 비만으로 판정한다. 복부 비만인 40대 이상 성인들의 대부분이 성장기에는 정상 체중 또는 저체중이었다가 성인이 되면서 체중이 늘어난 케이스다. 의학 전문가들은 몸무게로 나타나는 비만보다 오히려 복부 비만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등의 성인병에 걸리기 쉽고 유방암과 대장암 등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복부 비만이 사실상 만병의 근원이라는 설명이다. 남성 복부 비만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배와 허리 전체가 불룩하게 살찐 '단지형'은 배부위 피하에 지방이 축적된 '피하층 비만', 배만 앞으로 나온 '붕어형'은 배 속에 지방이 많이 차 있는 '복강형 비만'이다. 단지형보다 붕어형이 훨씬 위험하다. 배 속의 지방세포는 피하지방에 비해 혈액 속으로 쉽게 흘러들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 담배는 복부 비만의 최대 적 =연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해 흡연과 복부 비만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흡연을 하는 남성은 비흡연자에 비해 복부 비만일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전체 복부 비만의 42%가 흡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불규칙한 식사는 뱃살을 늘리게 한다. 아침식사는 같은 시간에 먹는게 좋다. 아침을 거르면 점심이나 저녁에 과식하기 쉽다. 칼슘과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카페인 음료를 줄이고 녹차나 감잎차 등을 마신다. 술자리 횟수를 줄인다. 술은 칼로리 자체도 높지만 같이 먹는 안주가 더 문제다. 불가피한 술자리의 경우 과음을 피하고 안주는 과일이나 야채를 택한다. 출근, 퇴근 때 운동량을 늘린다. 배에 힘을 주고 빠르게 걷는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한다. 계단 오르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뱃살을 빼는데 효과가 뛰어나다. 복부 근육을 단련시키고 하반신을 튼튼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 심할 땐 뱃살 빼는 전문 치료 받아야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복부 비만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마지막으로 약물 치료나 지방흡입술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비만치료 약물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음식에 들어 있는 지방의 흡수를 제어해 그대로 배설시킨다. 이뇨제로 소변을 통해 수분을 빼는 것은 금물이며 성분도 모르는 약을 함부로 썼다가는 오히려 건강만 해치기 쉬우니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지방흡입술은 초음파나 레이저 등으로 체내 지방조직을 빼내 지방세포 숫자를 줄이는 수술. 간단한 지방흡입술이라면 수술 후 2~3일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 < 직장인들의 복부비만 예방 십계명 > 식사는 천천히, 급하게 먹으면 뇌가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 점심은 배달을 시키지 말고 5~8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정한다. 식사 후 10~20분간 주변 공원 및 거리를 산책한다. 회식은 가급적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낸다. 기름진 안주보다는 과일 마른안주 스낵 등을 안주로 한다. 오랜 시간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는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벼운 스트레칭 및 맨손체조를 한다. 3~5층 내의 이동은 계단을 이용한다. 허리 둘레 및 체지방률 측정 등 정기적으로 비만도를 측정한다. 하루 8컵 이상의 물을 마신다. 하루에 적어도 40분 이상은 걷는다. 저녁은 잠들기 전 최소 4시간 전에 먹고 그 이 후에는 음식물을 먹지 않는다. [ 도움말 = 안철우 영동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연세대 의대교수)ㆍ강재헌 서울 백병원 비만센터장(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