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그라츠'] 알록달록 요정나라 문화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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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해마다 유럽의 한 도시를 '유럽문화수도'로 지정한다.
유럽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드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1985년 아테네를 시작으로 많은 도시들이 유럽 문화의 수도로서 긍지를 되새겼다.
올해의 유럽문화 수도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인 그라츠는 세계문화유산의 보고다.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뒤 미술관, 문학의 집 등 현대양식의 특이한 건축물과 '무르강의 떠있는 섬' 등 새로운 명소들도 많이 선보여 유럽여행의 필수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라츠 여행의 출발점은 하우프트 플라츠(중앙광장).
1550년 지어진 르네상스풍 시청 건물이 자리한 이 광장은 사방으로 뻗은 3개의 트램라인이 교차한다.
넓은 도로는 가운데에 트램 라인만 있을 뿐 자동차가 다닐 수 없어 거리라기보다는 광장에 가까운 분위기다.
사람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한가로이 아이쇼핑을 하기도 하고 노천카페에 앉아 햇살을 즐기기도 한다.
종종 히피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는 광장 중앙 작은 분숫가의 분위기는 트램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화초며 과일 햄버거 등을 파는 포장마차가 어울려 생동감이 넘친다.
광장 벤치에 한가로이 앉아 광장 안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광장 아래로 이어지는 헤렝가세는 그라츠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이 거리를 중심으로 골목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도 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을 표시해 보면 지도 전체가 까만 점으로 덮일 만큼 많은 건물들이 인류 문화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중 관광안내서에 올라 있는 '란 하우스'가 그라츠의 세계문화유산을 대표한다.
헤렝가세의 이들 건축물은 크고 위압적인 빈의 건축물과는 달리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
그러나 외벽의 파스텔톤 색채와 르네상스풍 장식들이 햇살과 어울려 다른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푸근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건물들에는 세계문화유산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 하나 없지만 독특한 양식과 색채가 어울려 구시가지 전체가 중세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만을 일부러 모아 놓은 박물관과 같다.
상점들도 많지만 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모두 옛 건물 내부만 개조해 아래쪽의 한두 층만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대적 인테리어가 세련미를 더하는 상점들이지만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물들과 어울리게 디자인돼 있어 현대와 전통의 멋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그라츠 시내를 가로지르는 무르강을 중심으로 왼쪽 산정에 그라츠의 상징물인 슈로스베르크 시계탑이 우뚝하다.
시계는 1712년 이래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14세기 말에 만들어진 종들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이 시계탑의 시계는 시침이 분침보다 길다는 점이 이채롭다.
무르강을 오르내리는 뱃사람들이 시간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침을 길게 했다고 전한다.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곳이기도 하단다.
그라츠의 젊은 연인들이 오랜 망설임 끝에 첫 키스를 나누는 장소라는 것.
그라츠는 가족 카페와 케이크로도 유명하다.
가업을 이어받아 대대로 경영하는 가게들로 한결 같이 변치 않는 손맛으로 승부를 한다.
유럽문화의 수도로 지정되면서 외국브랜드 커피점이 진출하려는 것을 막아냈던 그들의 뚝심에서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엿볼수 있다.
인근에는 오스트리아 최대의 온천휴양지인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 호텔&스파'가 있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블루마우리조트는 오스트리아 생태주의 건축가 프리덴슈트라이히 훈데르트바써가 꿈꾸고 실현하고자 했던 이상향 격의 리조트.
물결 모양의 건물선에 노랑 빨강 핑크 등 알록달록 색깔이 하얀 바탕색과 조화를 이뤄 '요정나라의 궁전'을 연상케 한다.
지붕 전체가 잔디로 덮여 있어 땅속에서 금방 솟아오르는 듯 한 느낌도 안겨준다.
< 여행수첩 >
그라츠는 빈이나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들어간다.
KLM 네덜란드항공은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빈으로 향한다.
빈에서 스테판성당이 있는 게른트너가세(중심가)를 둘러본 뒤 다음날 그라츠행 버스나 기차를 타면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할수 있다.
빈에서 그라츠까지 기차로 90분정도 걸린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프랑크푸르트로 가 그라츠행 오스트리안항공으로 갈아탄다.
그라츠의 세계문화유산은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는 것이 좋다.
좁은 골목과 눈길을 끄는 커다란 대문, 낭만적인 도시의 정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양식이 조화된 멋스러운 건물들을 만날수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는 2시간~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가이드 투어를 선택할수 있다.
밤에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다.
에르겐베르그성도 명소.
1623년 에겐베르그 왕자가 소유했던 성으로 사계절을 상징하는 4개의 타워, 1년을 상징하는 12개의 대문과 3백65개의 창문으로 유명하다.
유럽 최대의 열쇠와 자물쇠 박물관인 한스 셀 컬렉션도 기본 관광코스.
옛날 유럽인들이 어떻게 문을 잠궜는지 확인할수 있어 흥미롭다.
9세기께 만들어진 작고 아름다운 장신구함도 6백여개 이상 전시돼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호프가세(호프거리)의 에데그게르타스도 빼놓을수 없는 명물.
에데그게르타스는 1569년부터 대를 이어 온 빵집으로 1백년전의 목각장식이 특히 아름답다.
롯데관광(02-399-2305), 하나투어(02-2127-1301)는 그라츠에도 들르는 오스트리아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