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체 역사를 아우르는 통사를 쓰는 일이다. 수많은 역사가 중 성공적인 통사를 쓴 경우는 손꼽을 정도다. 그만큼 이 작업은 역사가의 희망이자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가시밭길이다. 쉬우면서 설득력 있는 문체,일관된 서술체제에다 뚜렷한 개성과 과거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담긴 사관이 있어야 한다. 이 3자가 형식적으로 갖추어진다고 되는 것만도 아니다. 서로 융합되어 새로운 맛을 내야 한다. 사관이 문체와 서술체제에 짙게 배어 있지 않은 통사는 손과 발이 따로 노는 격이 되어 결격 사유가 된다. 이번에 또 하나의 한국사 통사를 만나게 되었다. 오랫동안 한국사의 대중화 작업에 몰두,역사 대중화에 기여한 이덕일 박사의 세권짜리 '살아있는 한국사'(휴머니스트,각권 1만6천원)가 그것이다. 이 책은 통사로서의 외형적인 특성을 잘 갖추고 있다. 교과서식의 정형에 가까운 딱딱한 서술체제를 우선 연상케 하는 기존 통사와는 색깔이 전혀 다르다. 통사라면 온갖 사실을 최대한 채워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쳐버리고 있어 신선하다. 쉬운 문체로 서술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사의 원형질을 대륙성과 해양성에서 찾는 독특한 사관도 흥미롭다. 이 책은 30개의 주제를 시대순으로 배열한 강좌식 서술방식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개별 강좌는 그 나름대로 완결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일반 대중들이 30회 정도의 세미나로 한국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편집된 것이다. 그리고 1권은 단군 조선에서 후삼국,2권은 고려에서 조선 전기,3권은 조선 중기에서 대한제국까지의 독특한 서술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1권 고대사 부분은 기존의 주류 학설을 비판하고 단군 조선의 시작과 영역에서 재야 사학의 입장을 대폭 수용하였으며 삼국시대를 열국시대로 이름붙이고 그 시작 연대를 크게 끌어올렸다. 대단히 흥미있고 파격적인 서술로서 주목된다. 2,3권은 주로 정치사 위주의 서술로 일관되어 있다. 또 원사료를 쉬운 한글체로 풀이하여 풍부하게 싣고 있어 역사서로서의 생동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한 맛을 돋보이게 하는 것으로서 원색 사진과 도판이 풍부하게 삽입되어 있다. 내용 전달에 치중한 '읽는 책'에서 '읽고 보는 책'이라는 새로운 역사서의 지평을 열어보이려는 편집진의 의욕과 정성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박종기 국민대교수·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