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형제, 남편과 자식들이 살고 있는 땅/ 빛바랜 사진첩의 사진들이 웃고 있는 곳/ 그러나 세월을 거슬러 꿈 많던 그 시절로/갈수 없는 고향/어둠 속 숨죽이고 있는 공포의 땅은 더 이상 고향이 아니었다.."('북송') 계간 시교양지인 「詩로 여는 세상」가을호는 북한 공훈배우 이예선(36)의 탈북체험시 5편을 공개했다. 이씨는 북한 호위사령부 공훈배우로 혁명적 무용대서사시극과 혁명영화 등에서 김일성의 처 김정숙 역을 도맡아왔고 김일성 별장에서 대위신분으로 지도원의 일도 수행했던 인물이다. 지난 2000년 탈북, 중국 옌볜에서 생활하다 이듬해 내몽고에서 체포돼 수용소생활을 하다 북한으로 송환됐다. 그러나 2002년 북한에서 두만강을 통해 재탈북, 지난 1월 남한으로 입국해 우리국적을 취득했다. 지금은 음식점을 경영하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시는 탈북에서부터 중국에서의 유랑생활, 내몽고에서의 필사의탈출노력, 체포와 구금, 송환에 이르기까지의 체험과 감정을 매일매일 수기형식으로 기록한 고백시들 중의 일이다. "..내몽고 사막의 길/탈북의 숨통으로 믿었던 길이/나를 캄캄한 감옥에 가둘 줄이야/공포의 눈빛 온몸의 절규도/한낱 물거품.."(사막의 늑대처럼) "..너무도 쉽게,너무도 빨리/올 수 있었던 이 길을/먼 길 에돌아 이제야 왔습니다/온갖 고초 다 겪고서야/이제야 왔습니다. ."('마침내 여기에')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