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3:36
수정2006.04.04 03:41
"어이구,잘 지냈습니까."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대우재단빌딩 15층 4호실.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냈고 지난 99년 대우차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전 1년간 대우차 사장을 맡았던 정주호 명지대 교수가 걸쭉한 목소리로 인사를 던지면서 들어섰다.
이어 시차를 두고 옛 대우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얘기와 과거 그룹시절에 대한 회상들이 오고 가면서 사무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무르익었다.
'대우인회(大宇人會)'.옛 대우그룹의 전현직 이사 이상 임원들과 대우그룹 관계사 전현직 임원들로 구성된 친목 모임이다.
지난 85년 대우그룹 임원 상조회와 당시 전현직 임원모임인 '우인회'가 2001년 1월 통합해 결성됐다.
대우인회 회원은 1천5백여명이며 이중 전현직 사장 이상 회원은 70∼80명선.회장은 박태웅 전 대우자동차 부사장이 맡고 있으며 부회장 2명,이사 20명을 두고 있다.
이사에는 장병주 전(주)대우 사장,신영균 전 대우조선 사장(현재 동부한농화학 사장),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등이 선임돼 있다.
대우인회는 회원들의 근황을 교환하고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물론 등산 바둑 등 동호인 모임과 각종 저술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인다.
회원들이 언제든지 들러 전화 PC 등을 사용할 수 있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사랑방이다.
매년 3월 대우그룹 창립기념일이면 총회를 갖는다.
연 회비는 12만원.
박태웅 회장은 "최근 들어 단순한 친목모임 이상으로 활동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분식회계,외화도피 혐의 등 실정법 위반 여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나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고생하던 많은 대우맨들을 국민들이 파렴치범으로만 치부하는 시각이 못내 아쉽다"면서 "대우그룹의 공과를 정확히 파악해 알리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식회계를 통해 주식 투자자들과 회사에 피해를 준 혐의를 걸어 예금보험공사가 1백50명의 옛 대우그룹 등기임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대우인회가 적극 소명,청구대상 임원을 50명으로 축소한 게 좋은 예다.
등기임원이었으나 해외출장으로 결산 이사회때 참석하지 못했는데도 형식상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소송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소명했다.
회원들은 모임을 가질 때마다 과거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정신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대목도 못내 아쉬워 하고 있다.
요즈음은 글로벌 경영으로 불리고 있지만 대우자동차가 추진하고 진행했던 동유럽시장 개척 등 세계경영 정신은 반드시 부정적이지만 않았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
박 회장은 "국민들과 주식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죄를 진 죄인들이나 본의가 아니었다는 점을 잘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금지원으로 급한 불만 꺼줬더라면 많은 계열사들이 연명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 대우건설 대우종합기계 대우인터내셔널 등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이 몇년내 워크아웃 상태에서 벗어나 빠르게 정상화한 것을 보더라도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다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지난 6월부터 명지대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하는 정주호 교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대우그룹의 공과를 정리하고 있는 셈.
"과거 개발경제 과정에서 대우그룹이 담당했던 역할을 무시해서는 곤란합니다.
조선,자동차,중공업 등 당시 부실기업의 50% 정도를 대우가 인수해 처리했어요.
그런 와중에 모기업이었던 (주)대우가 국내외에서 대규모 차입을 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환위기 탓에 원·달러 환율이 폭등,해외 상환부담이 커졌고 해외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상환연장을 거부한 것이죠.대우그룹이 해체된 배경의 실체는 구조적인 국내외 금융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정 교수는 "사정을 알았던 정부가 대우그룹 위기를 막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했어야 했다"면서 "정부를 비롯한 언론,재계가 왜 그런 평가를 하지 않는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한국 경제사적인 측면에서 대우그룹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향후 대우인회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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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인회 주요 회원 ]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사장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현 KAIST 초빙교수)
장병주 전 (주)대우 사장
신영균 전 대우조선 사장(현 동부한농화학 사장)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사장
정주호 전 대우자동차 사장(현 명지대 초빙교수)
박태웅 전 대우자동차 부사장(대우인회 회장)
이경훈 전 (주)대우 사장(현 서울대 초빙교수)
최주완 전 대우캐피탈 사장(현 A-ONE 회장)
김서진 전 대우증권 부사장(현 대한투자신탁증권 고문)
김석환 현 대우인천자동차 사장
이동호 현 대우자동차판매 사장
한영철 전 대우자동차 상무(현 볼보트럭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