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선임을 둘러싸고 촉발됐던 "대법관 후보제청파문"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국판사들과의 대화"를 여는 등 진통끝에 "일단 봉합"으로 결론났다. 이에따라 개혁성향 판사들의 집단사퇴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고조됐던 "4차사법파동" 우려는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할 전망이다. 대법원은 18일 오후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전국 판사대표자 6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판사들과의 대화"를 열었다. 대법원은 "회의결과 최종영 대법원장이 자문위원회에 추천했던 3명중 1명을 제청하는 방안을 수용하되,차기 대법관 제청때부터는 개혁요구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손지호 공보관은 이날 8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제청 재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들이 솔직하게 개진되는 가운데에서도 사법권의 독립과 흔들리지 않는 법원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같은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공보관은 "개혁을 요구해온 판사들도 추가집단행동을 자제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회청문회와 동의과정과 관련,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회의를 열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근본해결 보다는 "일시적 봉합"이라는 성격이 짙어 사법부내 보-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날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던 문흥수(사시21회)서울지법 부장판사는 회의의 대표성과 소집절차를 문제삼아 회의도중 퇴장했으며 일부 법관들도 참석법관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하는 등 대법관 후보제청방식의 시각차가 완전히 좁혀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문 부장판사는 "오전 10시30분에 급하게 e 메일을 보내 회의에 참석케한것이야말로 비민주적.관료적 작태를 보여준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회의참석 2시간이 채못된 오후 4시50분께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에 앞서 문 부장판사는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이 근본적인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사퇴하겠으며 그 시점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대법관을 임명할 때가 될 것"이라며 "조건부 사퇴의사"를 밝혔었다. 한편 최종영 대법원장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한 이강국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격의없는 분위기"를 위해 양복상의를 벗자고 제의한 뒤 대화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법원가족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스럽다"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