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징역5년 구형 .. '北송금' 결심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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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의혹사건을 맡고 있는 송두환 특검은 1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2000년 6월 정상회담 직전 북에 5억달러를 불법송금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또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산은총재,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에 대해선 각각 징역 3년을,임동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논고를 통해 "특검팀은 남북 정상회담 자체나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의 당부(當否)가 아닌,과정상의 위법행위를 문제삼은 것"이라며 "대북정책을 통치행위로 본다 하더라도 불법 대출 및 송금까지 모두 통치행위라 볼 수 없고 위법행위가 용인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남북교류는 소수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되며 국민적 합의와 토론을 통해 법적·제도적 과정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며 "그같은 과정을 지켰다면 당시엔 다소 혼란을 겪더라도 국민이 두 패로 갈라져 상호 적대 비방하고 정치·경제에 걸림돌이 되며 마침내 특검수사에까지 이르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피고인 중 일부는 수사과정에서 시인했던 내용들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해 실망스럽다"며 "다만 불법 송금의 근본 동기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공의에 있다고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투명화와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점을 구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장관은 "수사과정에서 인정한 사실을 법정에서 부인하고 진술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지만 저만이라도 민족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당시 특사였던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또 "회담 준비 당시에는 불가피했지만 회담을 성공한 지금 돌아볼 때 잘못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동원 전 국정원장도 "당시 민간차원의 교류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한 제게 책임이 있다"며 "최규백 전 실장은 책임을 면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와 특검팀,고 정회장 변호인과 피고인들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숙연한 모습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김윤규 현대아산사장은 "제가 그림자처럼 모시던 정 회장께서 돌아가시면서 '선친께서 원하신대로 금강산 사업을 비롯한 경제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부탁하셨다"며 "생전의 정회장께서 정 회장께서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욕심이 지나쳐 회장님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은 아닌지…"라며 흐느꼈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