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중공업이 노사간 정면충돌로 또 다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원래 통일그룹 계열이던 통일중공업은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국내 자동차용 변속기와 차축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승승장구해온 회사다. 72년 정부로부터 변속기·차축 국산화 책임공장으로 지정된 이후 20년 가까이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노사 불안정과 방만한 경영이 거듭되고 경쟁체제 전환이라는 외부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결국 최종 부도와 함께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99년 법정관리 이후에도 이같은 악순환은 되풀이됐다. 민주노총 부위원장 출신 '활동가'들이 포진해 창원공단 내 '노동운동의 메카'라는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통일중공업에서는 법정관리 이후에도 매년 파업이 끊이지 않았다. 잦은 노사분규→낮은 생산성→경영악화→정리해고,낮은 임금인상률→노조 반발→노사분규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이 결과 80년대 초 매출 8천억원,종업원 4천5백명 수준이던 통일중공업의 외형은 지난해 매출은 2천1백억원대로,종업원 수는 1천4백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다행히 올해 제3자 인수(3월)와 법정관리 탈피(4월)라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불과 6개월 만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생산성과 매출 연동에 따른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신임 경영진과 일괄 정액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양보없는 대치상황이 결국 임단협 결렬로 이어졌다. 게다가 노조는 지난 6월25일 민주노총 총파업 출정식,7월2일 경고성 부분파업 등 상급단체가 주도한 연대파업에 한 번의 예외없이 참가했다. 두산중공업 등 '전통적인' 강성노조 사업장에서도 간부들만 참여한 파업이었다. 신임 경영진이 생산직의 고용승계를 약속하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주문했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혀 협상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설상가상으로 노조는 완제품의 출하를 정문봉쇄로 차단했고 경영진은 조업중단 조치로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은 다르지만 한때 브라운관 시장의 선두주자였지만 구미지역 내 강성노조사업장의 대명사로 불렸던 오리온전기의 쇠락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오리온전기는 최근 노사가 희망퇴직에 합의하는 등 회생을 위한 첫 단추를 꿰었지만 통일중공업 노사는 마주 달리는 기관차가 돼버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