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위한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이른바 '세풍' 사건이 5년여 만에 열린 1심 선고에서 '한나라당과 국세청 고위 간부의 공모'사실이 인정됨으로써 사법부의 첫 단죄가 이뤄졌다. ◆서상목·이석희씨 '몸통'=서울지법 형사합의 21부(재판장 황찬현 부장판사)는 18일 '세풍'사건과 관련해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구속 기소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 대해 징역 2년을,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5천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나 나이와 지병 등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임채주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주정중 전 국세청 조사국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2천5백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은 벌금 2천만원,박운서 전 한국중공업 사장은 벌금 1천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세청이 기업들에 부당한 자금을 요구한 것은 정치자금 관행을 왜곡하고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그 중대성에 비춰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해도 책임을 묻는 것이 형평과 정의에 맞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국세청을 동원해 23개 기업으로부터 1백66억3천만원의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선고 의미-한나라 당차원 개입 확인=이번 사건의 쟁점은 1백66억여원의 대선자금 모금이 국세청의 주도로 이뤄졌는지,개인 차원의 지원인지 여부와 야당 후보에 대해서만 이뤄지는 수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느냐는 것. 재판부는 "이회성 피고인이 국세청 간부들의 모금 행위를 알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국세청 간부들이 서로를 이용해 자금을 마련한 것"이라며 피고인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개인적 차원의 지원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국세청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이뤄진 범행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특히 서상목 피고인에 대해 "자금 모금의 가장 주도적 역할을 해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혀 서 전 의원이 이 사건의 '몸통'임을 시사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 -------------------------------------------------------------- [ '세풍' 수사.공판 일지 ] ▲98년 8월31일=검찰,서상목 의원 출국금지 ▲9월1일=임채주 전 국세청장 구속 ▲9월28일=서상목 의원 사전구속영장 청구 ▲11월4일=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대국민 사과성명 ▲11월14일=임채주 전 국세청장 첫 공판 ▲12월12일=검찰,이회성씨 구속 ▲99년 1월6일=검찰,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추가기소 ▲4월27일=서울지법,이회성씨 보석석방 ▲7월12일=검찰,김태원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 구속 ▲9월5일=이회창 총재,두번째 사과 ▲9월6일=검찰,중간 수사결과 발표,서상목 의원 불구속 기소,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기소중지 ▲12월31일=검찰,이석희씨 체포영장 미국에 송부 ▲2000년 2월=검찰,미국에 이석희씨 인도청구 ▲2002년 2월16일=미 FBI 이석희씨 체포 ▲2003년 3월14일=이석희씨 인도재판 포기,국내송환 확정 ▲3월19일=이석희씨 국내 송환 ▲3월20∼31일=임채주·주정중·서상목씨 '부국팀'멤버 소환 ▲4월8일=이석희씨 구속기소,수사결과 발표 ▲4월28일=이석희씨 기소 후 첫 공판 ▲7월28일='세풍'공판 결심 ▲8월18일='세풍'1심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