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 후 늘어나는 기업들의 업무부담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난해초 코스닥에 등록한 R사 관계자는 "코스닥 등록 후 업무부담이 최소 10배 이상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기업공시가 까다로워지면서 기업들의 고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까다로운 공시제도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어처구니없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R사 관계자는 "주가와 관계 없는 마케팅 홍보 차원의 공시까지 내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오히려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의 유통은 차단되고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다 주가가 떨어지기만 하면 소액주주들이 전화를 걸어 "주가부양대책을 내라,주가하락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신규투자분을 배당에 써라"는 등을 요구하는 관행도 기업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또 사외이사를 둬야 하고 집단소송제 도입이 추진되는 등 경영투명성에 대한 과도한 요구도 큰 부담이다. 코스닥 등록 건설업체의 L사장은 이같은 점 때문에 "당초 직원들의 요구만 없었다면 기업공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기업공개 절차가 여전히 까다롭다는 것도 문제다. 거래소 신규 상장의 경우 절차가 간소화됐다고 하지만 주간사계약 체결 등 사전준비에서부터 상장심사를 통과하기까지는 최소한 10단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걸리는 기간도 8개월을 넘는다. 해당 업체는 이같은 상장준비에 매달리는 바람에 상당한 경영차질을 빚기 일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에 따른 메리트가 없는데도 1년에 3분의 2이상을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매달려야 하는 비효율적인 관행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과정과 상장관리에 들어가는 직·간접적인 비용도 만만찮다. 용인에 있는 G업체는 상장을 포기하는 대신 기업공개 과정과 이후 들어갈 상장관리비용을 차라리 직원들에게 더 투자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식당도 최고급으로 꾸미고 임금도 용인지역 업체 중 최고 수준으로 책정해 차라리 경영을 견실하게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