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팔리는' 미술가 10년새 3분의1로 .. 서울옥션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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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경기가 그런대로 괜찮았던 90년대 초 한 미술월간지가 거래가 잘 되는 국내 인기작가는 60명선이라고 집계한 적이 있다.
미술평론가와 화상(畵商)들로부터 추천받아 조사한 통계였다.
미술경기의 장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인기작가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미술품 경매에서 작품 상태가 좋고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지 팔릴 수 있는 이른바 '블루 칩(blue chip) 작가'는 대략 20명이라는 게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의 분석이다.
이들은 지난 3년간 경매에서 거래된 실적을 근거로,공급보다 수요가 많거나 아니면 합리적인(reasonable) 가격일 경우 즉시 팔릴 수 있는 작가들이다.
그렇게 보면 10년 사이 인기작가 수는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박수근 이중섭은 물론 김환기 장욱진 도상봉 오지호 박고석 유영국 최영림 남관 이대원 김흥수 권옥연 이우환 김창렬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화 부문에는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운보 김기창,심산 노수현,의재 허백련,천경자 등이 있다.
인기작가 수는 줄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없진 않다.
블루 칩 작가들의 작품은 최근 몇년 동안 IMF사태 이전보다 거래가 더 활발한 편이다.
게다가 박수근 천경자 등 일부 작가들의 경우 미술경기가 호황이던 90년대 초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박수근 그림 가격은 호당 1억원에서 2억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천경자 대표작인 석채화의 경우 IMF 이전보다 3∼4배 오른 상태다.
'트로이카'로 불리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는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항상 많아 그림이 나오는 대로 팔리는 '보증수표' 작가들이다.
최영림 남관 이대원 권옥연의 작품들은 가격이 합리적이면 매물이 곧바로 소화된다.
불경기 때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고 돈 있는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된다는 얘기는 미술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IMF 때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는 요즘 대부분의 작가들은 미술경기 불황으로 작품이 안팔려 작업하기가 힘든 것은 물론 생계가 어려워 극빈(極貧)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 초 인기작가군에는 'B'급에 해당되는 작가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10여년 동안 미술경기가 나락을 거듭하면서 이들이 인기작가군에서 대부분 떨어져나간 반면 'A'급 작가들은 경기에 아랑곳 없이 컬렉터들로부터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