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는 14일에 발생한 최악의 정전 사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후 장을 막 마감한 4시 10분에 정전이 발생한 데다 9·11테러를 겪으면서 위기 대응능력이 커진 덕에 큰 동요는 없었다. 정전사고가 나자마자 채권 값이 오르는 등 채권시장이 영향을 받는 듯 했지만 다음날 정상화됐다. 다만 월가 직원들이 대중교통이 멈추는 바람에 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거래가 극히 부진했다. 15일 금요일의 뉴욕증시 거래량은 5억6천2백60만주로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제대로 된 시장이라고 할 수 없었다. 15일 다우지수는 11.13포인트(0.12%) 올라 9,321.69로,나스닥은 1.67포인트(0.10%) 올라 1,702.01로 마감했지만 지수의 방향성에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정전이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회사인 캔터 피츠제럴드는 공급경로가 타격을 받고 근로시간이 줄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4.82%에서 4.0%로 낮췄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제2의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수요가 늘어날 발전시설과 대체연료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당분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터빈을 생산하는 제너럴 일렉트릭(GE),전력과부하 보호장치 및 백업장치를 만드는 아메리카 파워 컨버션,연료 전지를 생산하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퓨얼 셀,발라드 파워,플러그 파워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유행성 종목을 배제한다면 이번 주 주식시장도 기업 수익이나 장기금리 같은 본질적인 문제들과 또 다시 씨름하게 될 것 같다.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는 경기회복세가 기업수익으로 이어지면서 주가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줄 것인지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이다. 톰슨 파이낸셜은 S&P500지수에 편입된 5백개 기업의 수익이 지난 2분기 9.5% 증가했고 3분기에는 13.3%,4분기에는 2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의 가능성이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5일 연 4.53%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르면서 이번 주에도 주가 상승을 제약하는 장애물로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던져줬다. 7월 산업생산이 예상치보다 높은 0.5% 증가했고 소비자물가도 0.25% 올라 금리상승을 자극했다. 주식시장 조사기관인 러트 홀드 그룹의 처크 젠더는 "채권 수익률이 오름세를 타면 주가는 더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태에서 장기 금리가 연 6% 이상으로 뛸 경우 증시는 얼어붙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