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의 사퇴와 소장판사들의 연명서 파동을 불러온 신임 대법관 인선과 관련,대법원장의 제청 문제 재고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전국 판사 1백44명의 연판장이 14일 오후 대법원에 제출됐다. 이들 소장판사에 이어 현직 부장판사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청와대도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후보를 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대법관 인선 파문은 갈수록 확대되는 조짐이다. 서울지방법원 문흥수 부장판사(사시 21회)는 이날 법관 내부통신망을 통해 "기존 관행을 고수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인사추천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판단이 예상외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핵심 부장판사들이 집단사퇴를 포함한 적절한 의사표시 방법에 대해 숙의를 하고 있어 늦어도 내주 목요일까지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밝혀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부장판사는 특히 "일부 부장판사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최종영 대법원장의 퇴임요구를 신중히 거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대법원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연판장 제출을 주도한 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 판사는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며 "대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의 바람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16개 법원의 직장협의회로 구성된 전국 법원공무원노조 준비위원회 관계자도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과 자문위 구성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18일로 예정된 대법관 후보 제청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강행의지'를 피력했다. 당초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긴급 간부회의를 통해 연판장 사태에 대해 전국법관 의견수렴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파문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모두 '우리법 연구회'라는 학회 회원들이어서 이 학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자문위원회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온 강금실 법무장관이 우리법 연구회 창립회원인데다 사표를 던진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나 이용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도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법 연구회는 지난 88년 우리 실정에 맞는 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창립됐다. 이 학회가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93년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이 사법민주화를 위한 법관회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낸 제3차 사법파동이 이 학회 주도로 이뤄진 이후부터다. 현재 1백여명의 법관과 20여명의 변호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