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자산가 전담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 PB(프라이빗 뱅킹) 영업팀에 '테일러메이드(맞춤형) 펀드' 바람이 불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펀드란 일종의 사모펀드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소수의 거액자산가들이 자금을 모아 만든 펀드를 말한다. 통상 펀드규모는 30억원 이상이며 괜찮은 투자상품이 발견되면 2∼3일 내에 즉시 구성된다.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춰 신속히 투자할 수 있다는게 이 펀드의 장점이다. ◆ 어떤 상품에 투자하나 =올해초부터 구성된 테일러메이드 펀드는 그동안 외화표시채권이나 해외채권 펀드에 주로 투자했다. 98년 이전에 발행된 비과세 외화표시채권은 특히 종합소득세 대상자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해외채권 펀드의 경우 최근 미국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수익률이 하락, 인기가 주춤한 상태다. 최근엔 테일러메이드 펀드의 투자상품이 다양화되고 있다. 우량카드사의 카드채, 카드CP(기업어음), 카드 ABS(자산담보부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가 속속 구성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펀드도 생겨났다. 이밖에 부동산 임대수익을 겨냥해 부동산 매입용 펀드를 구성하는 거액자산가들도 많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이를 싼 값에 매입한 후 임대수익을 올리는 펀드도 등장했다. ◆ 누가 가입하나 ="테일러메이드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가진 거액자산가"라는게 은행 PB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펀드 규모가 최소 30억원임을 감안한다면 10여명이 3억원씩 가량을 투자하는 셈이다. 펀드 가입은 철저히 비공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은행 PB팀이 적당한 투자상품을 발견, 이를 매입한 후 거액자산가에게 펀드 가입을 제안한다. 부동산의 경우 은행 PB팀이 적당한 물건을 추천하면 2∼3일 내에 펀드 구성이 완료된다. ◆ 수익률은 =테일러메이드 펀드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최근 인기를 모은 카드채 펀드의 경우 연 수익률은 5.5∼6.5%에 이른다. 이 밖에 주가지수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은 연 6∼8%대다. "ELS 투자와 탈퇴 시기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ELS가입 때보다 0.3%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의 목표 수익률은 연 5∼9%다. 신한은행의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금리하락의 영향으로 정기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테일러메이드 펀드 구성이 활발하다"며 "하지만 이들 펀드의 대부분은 리스크가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만큼 펀드 가입시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