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지방에서 3·1만세운동의 신호용으로 사용된 종(鐘)이 발견됐다. 진주지역 향토사학자 추경화씨(52)는 1919년 진주에서 3·1만세운동이 벌어졌을 때 신호용으로 사용됐던 종을 84년 만에 경남 산청군 신등면의 단계교회에서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높이 86㎝,지름 84㎝인 이 종은 몸체가 분리된 채 금이 가고 녹이 심하게 슨 상태.추씨는 이 종이 만세운동의 신호용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로 당시 일본 고등경찰의 보고서인 '고등경찰관계적록'과 1930년에 발간된 '진주교회 25년사'의 내용을 제시했다. 고등경찰관계적록에는 배일사상을 가진 박진환 이강우 강대창 등 주모자들이 3월18일 진주시내 예수교예배당(현 진주교회)에서 울리는 정오 종소리를 신호로 일제히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진주에서는 6개 시군에서 모여든 2만여명의 군중이 5개 장소에서 만세운동을 벌이기로 해 진주교회의 종소리를 만세운동 시작의 신호로 삼았던 것이라고 추씨는 설명했다. 또 이 종이 단계교회로 간 과정은 '1922년 10월9일 주문한 종이 도착해 이전에 사용하던 종은 산청군 단계교회로 옮겼다'는 '진주교회 25년사'의 기록이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추씨는 "당시 진주교회는 일제의 눈치 때문에 항일운동에 사용된 종을 없앨 수밖에 없었으며 단계교회에서도 이 종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지금까지 방치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90년대 들어 소음 문제로 인해 교회 종소리가 사라지면서 종이 방치돼 왔다는 설명이다. 한편 진주교회 최임경 목사는 "서부 경남의 3·1운동을 기념하는 종을 복원하고 종각을 세워 선열들의 애국 정신을 기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