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폭염이 2주일째 계속되면서 사망자와 산불이 속출하고 전력 부족사태가 우려되고 있으나 여름 바캉스(휴가)를 떠난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시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지 르피가로는 11일 정부가 올여름 들어 현재까지 시행한 폭염 대책은 물공급 조절, 가뭄 피해 농가 지원 등 통상적인 가뭄 대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실은 가뭄 대책이 농업부와 환경부 소관이라며 종합적인폭염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자크 시라크 대통령, 라파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 등 정부내 대부분의 지도층 인사들은 캐나다 등으로 바캉스를 떠난 채 돌아오지 않고 있다. 프랑스전력(EDF)이 폭염이 지속될 경우 전력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경고하자니콜 퐁텐 산업부 장관 주재로 11일 총리 관저에서 한차례 대책회의가 열렸을 뿐이다. 반면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는 오는 15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갑자기 증가한 사망자수 때문에 병원 영안실과 장례식장이 넘쳐나고 있다. 파트릭 펠루 응급의사회 회장은 지난주 중반 이후 10일까지 4일 동안에만 파리와 근교 일-드-프랑스 지역에서 50여명이 폭염으로 인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펠루 회장은 심장병, 암 등 지병이 있는 환자이거나 노인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숨졌으며 병원측과 의료진은 1주일 이상 환자들을 폭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조치를 취하다 이제는 지쳐 더이상 필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폭염을 이기기 위한 공중 보건대책을 취하지않았다고 비난했다. 다른 응급의사회 관계자는 지난 1주일 동안 일-드-프랑스 지방의 응급의료서비스 이용 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 급증했으며 오를레앙 지방 병원은 환자수송을 위해 군과 민간병원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장의사 협회는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일-드-프랑스 지방에 있는 모든 장례식장이꽉 차 더이상 시신을 수용할 수 없었으며 일부 장의사는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 임시로 안치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태는 더위 속에 갑자가 사망자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이 협회는 말했다. 또 지난달말 남동부 지중해 지방인 바르에서 가뭄 속에 산불이 나 30여년만에최대의 산림 피해를 초래한 데 이어 코르시카, 로제르, 니스 북쪽 뤼세랑 등 곳곳에서 크고작은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과 언론들은 약 1주일 동안 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은 보건, 물, 전력 분야를 포괄하는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