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중국 베이징의 중국작가협회 사무실.웅진닷컴이 중국작가출판사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중국어판 출판 계약을 체결한 자리에 저자 이윤기씨는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제 삶의 열살까지는 온통 중국을 외우는 것으로 채워져 있었는데 제 책이 중국인들에게 읽히다니요." 장관급 서열인 중국작가협회 진빙화(金炳華) 당서기도 이씨 저서의 중국어판 출판 계약을 거듭 축하했다. 한국에서 펴낸 서적 가운데 교육 어학 정보통신 아동류의 경우 중국에서 번역된 경우가 적지않다. 하지만 소설이나 인문서적은 번역이 드물었다. 웅진닷컴 이미혜 단행본 사업본부장은 서양의 신화를 한국인이 해석한 내용이 중국어로 번역된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97년 TV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CCTV에서 히트를 치면서 불기 시작한 한류가 영향권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이다.출판업계만 하더라도 그리스 로마 신화 외에 최인호씨의 '상도(商道)'와 박완서씨의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도 출간됐거나 곧 출간된다. "한류가 드라마에서 연극 오페라 등의 고급예술로까지 확산되는 추세"(주중 한국대사관 유재기 문화참사관)다. 이날 저녁 보아 강타 등 한류를 대표하는 연예인들이 중국측과 함께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 위문공연'을 벌인 베이징전람관 극장에는 젊은이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은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문화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내년 10월 완공 목표로 인민대회당 옆에 한국의 예술의전당 같은 '국가대극원'을 짓고 있는 것도 한 사례다. 황금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문화시장 선점은 기업들의 대중국 마케팅에 날개를 달아줄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화계는 물론 중국진출 한국기업들도 한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할 때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