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8ㆍ15 경축사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분배와 복지에 중심을 뒀던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성장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청와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2만달러 국민소득 목표'가 이같은 정책 기조의 변화를 위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 전망은 아무래도 빗나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청와대 주변의 분위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8ㆍ15 경축사 작성에 참여 중인 몇몇 실무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오찬에는 수석ㆍ보좌관급이 아닌 비서관들이 참석했다. 이날 '오찬협의'는 연설문 초안을 점검하기 위한 두 번째 회의였다. 오찬에 참석한 윤태영 대변인은 경축사 내용에 대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방안이 주가 될 것"이라며 "'동북아 경제중심'처럼 앞서 밝혀진 국정의 '키워드'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사문제에 대한 언급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등이 이달 말까지 노사관계 발전방안에 대한 윤곽을 잡고, 내달 이후에 기본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초청 등 정상회담과 같은 대북 제안도 없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관계국간 공조체제가 밀도 있게 얘기되는 시점인만큼 이런 문제가 거론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일 1차 준비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10일 실무자들과 재차 머리를 맞댔다. 11일에는 수석ㆍ보좌관들과 함께 경축사 초안을 종합 점검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초안에 들어갈 '원론적 내용'은 상당히 많다"며 "이 중 중요도가 덜한 내용을 줄이거나 삭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분야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목표만 해도 최근 경제상황과 맞물려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며 "어느 수준으로 언급할지 막바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도 최근 한국CEO포럼 경영인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2만달러 목표를 꺼내는 상황에 대해 "쑥쓰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 정치개혁,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복지국가 건설 등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쇄 등 실무적인 일정을 감안, 늦어도 12일까지는 경축사를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