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조를 기업경영에 '협의' 형식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의 경영 참여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일 타결된 현대자동차 임단협에서 노조의 경영참여가 구체화된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재계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여 큰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재계는 일부 대기업 노조들의 경우 임단협 고용안정협약을 통해 정년보장 등 인사권에까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마당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려는데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사측의 입지가 좁아져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노조의 직접적인 경영 참여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며 폭넓은 경영 참여를 주장해 왔다. 참여정부가 노동계의 이같은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고무된 노동계는 이번 하투(여름 임단협 투쟁)를 통해 경영참여를 핵심 전략이슈로 적극적으로 부각시켜 왔다. 노동계는 민노총계열 최대단위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임단협을 통해 경영참여 구체화를 관철시켰고 이를 발판으로 제도화를 앞당기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노동계, 경영참여-임단협 핵심전략 이슈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임단협에서 사측에 다양한 경영참여 요구룰 하고 있다. 평생고용 보장을 제기하고 있는가 하면 신입사원 채용시 노조 참여를 확약해 달라는 등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권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임단협에 임하고 있는 기아차 노조는 사용자측에 '고용 안정을 위한 신차종 분배'라는 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ㆍ기아중 어느 회사가 신차종을 생산할지를 노사 합의로 정하자는 것이다. 또 노조는 '자동차 판매점중 직영지점과 자영업자 비율을 1대1로 구성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신석재의 경우 인수합병(M&A)에 따른 고용 승계 및 평생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모든 경영행위가 조합원의 신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같은 경영참여 요구가 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의 정당한 행사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 재계, '경영권 침해' 반발 재계는 현대차가 경영의 주요 사항에 대해 노조의 거부권을 인정한 것을 두고 헌법으로도 당연하게 보호받는 재산권 보장과 민ㆍ상법상 주식회사 제도로 확인된 주주의 경영권 본질이 침해된다고 비판해 왔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강력 반발할 것이 틀림없다. 재계 일각에선 현대차의 경영참여 합의에 대해 '아무리 노사간 합의에 근거한 것이라 해도 법으로 규정된 기업제도의 기본 취지에 반한다는 점에서 향후 위헌 내지 위법의 소지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신기계ㆍ기술 도입, 신차종 개발, 사업의 확장ㆍ합병ㆍ분리ㆍ양도, 공장 이전ㆍ축소ㆍ폐쇄,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조차 노조의 간섭을 받을 경우 기업경영 자체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는 또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해외공장 건설이나 외자 유치 등도 지연되거나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 십상이어서 국제 신인도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ㆍ하인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