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이 9일 오전 전국 지방경찰청장 회의에서 "미국 관련 시설 및 정당 당사 등 공공시설물 기습점거 사례가발생할 경우 해당 지휘관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필벌' 원칙을 새삼 강조하고 나서주목된다. 최 청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관련자 수배 해제 등 유화 조치를 가시화하고있는 와중에서 발생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과격 시위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최 청장은 "미 대사관과 미8군 등 미 관련시설과 정당 당사 등을 엄격히 관리하고 불법시위가 일어날 경우 법 절차에 따라 강제해산 조치하되 불응시에는 체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특히 한총련 학생들이 미군 관련 시설에 진입하거나 페인트병 등을 투척할 경우현장에서 즉시 검거하고, 달아난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 배후자까지 엄중 처벌하라며구체적인 수사 지침을 직접 통보하고 나선 것. 한총련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은 무엇보다도 최근 한총련의 집회.시위가점차 과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통일선봉대가 야당당사의 현판을 떼어내고 낙서를 하는 등 과격한 행태를 보인 데다 일부 한총련 소속학생들이 미군 부대 훈련장에까지 난입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일선봉대 활동이 갈수록 과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이들이 곧 서울 진입을 앞두고 있어 국민불안이 가중될 것을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기지에 난입, 불법시위를 벌였으니 당연한 대응 아니겠느냐"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한총련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처 방침은 경기도 포천 미8군 영평사격장이 한총련 소속 대학생 12명에 `침입당하는' 등 치안의 허점을 드러낸 데 대한 후속조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이날 회의에서 "그간 지방경찰청에서는 `통일선봉대가 자기 지역만 지나면그만이다'며 소홀히 대처한 것 아니냐"는 `가시돋친' 지적이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이번 한총련 학생들의 미군 부대 진입 문제에 대해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관련자 엄중 처벌'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경찰로선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한.미 양국간 민감한 외교적 현안이 걸린 상황에서 자칫 한총련의 과격시위 문제가 양국간 외교마찰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때문이다. 더욱이 한총련은 오는 15일 서울 시청과 주한 미국 대사관, 미8군 사령부 등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한편 일부 언론사와 정부기관 주변에서 항의시위를 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경찰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사전 대책없이 한총련 과격시위를 방관하다가는 자칫 대규모 폭력사태나 심각한외교 문제로 번질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경찰 내부의 대체적인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