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찾는 미국인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역내 여행업계와 관광.숙박업소들이 울상을 짖고 있다. 미국인들의 유럽 여행이 크게 줄어든 것은 9.11 사태 이후 미달러화가 장기간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9.11 사태 이후 테러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 있고 이라크 전쟁과 둘러싼 일부 유럽국가들과의 알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관광산업의 불황은 유럽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이후 국제정세가 불안한데다 세계 경제는 아직 침체를 확실히 벗어나지 못했고 사스 바이러스 마저 출현해 각국의 관광업계는 예외없이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의 약세로 미국인의 호주머니가 얇아진 것만은 분명하고 그래서유럽을 동경하는 미국인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유럽의 관광대국 가운데 하나인 스위스는 자국 프랑화가 안전통화로 인식되면서달러화에 대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현지 관광당국과 업계의 시각이다. 스위스 관광 당국은 프랑화의 강세로 이 나라를 찾고 싶어하는 많은 외국인들을등돌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스위스의 물가가 인접한 유럽연합국가들도 월등히 비싼 것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스위스에서 지출한 돈은 127억 프랑으로,전년보다 4억4천500만프랑(미화3억3천만달러)가량이 줄어들었다. 관광산업의 경제적 기여도가 높은 프랑스에서는 미국인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유력지 르 몽드에서도 1면 만평에서 취급할 정도로 뉴스거리가 됐다. 르몽드는 종려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2명의 내국인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를희화적으로 표현했다. 한 사람이 "정말이야. 오늘 미국인을 봤다니까"라고 말하자상대방은 "랜스 암스트롱 말이지?"라고 대꾸하는 내용이었다. 암스트롱은 프랑스의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인기 스포츠 행사인 전국 사이클 일주대회(투르 드 프랑스)를 5연패한 인물이다. 프랑스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이 나라의 호텔에 투숙한 미국인은 올해 1-5월 기간 중 214만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근 30%가 줄어들었다. 이 기간은 미국과 프랑스의 정치적 마찰이 고조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 5월과 6월 두달동안 스위스의 대표적 관광지 루체른을 찾은 미국인은 25%나 감소했고,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시간적 기준은 같지 않지만 이들 3국도예외없이 각각 20% 이상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실제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의 남부 니스, 칸에서 동쪽의 빈, 서쪽의 암스테르담 등에 이르는, '낡은유럽'의 이름난 관광도시들마다 텅빈 침대, 썰렁한 점포, 발이 묶인 관광버스를 보고 한탄하는 소리가 속절없이 들려오고 있다. 문제는 도어벨 소리가 끊이지 않던 7,8월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데있다. 미국인들에 덩달아 일본인의 유럽 방문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어서 유럽의 관광업계가 체감하는 불황은 더욱 깊기만 하다. 이처럼 미국인을 마주치기가 예전보다 드물어진데 대해서는 미국과 프랑스의 정치적 마찰 때문이라는 해석, 올해 상반기에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18%나 하락한 것이 주요인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심했던 프랑스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국인이 오든안오든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나라에는 여전히 미국인의 지갑을 그리워하는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