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2:18
수정2006.04.04 02:22
"오랫만이네.자주 봤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한 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다소 쑥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현대자동차 한 임원의 손을 잡으며 맞이한다.
빈소의 한켠에는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김뇌명 기아자동차 사장,정순원 현대.기아차 기획총괄사장,김원갑 현대하이스코 사장 등 "현대차그룹" 사장단과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등 "현대그룹" 사장단이 모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인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정 회장에 대한 현대가(家)의 조문은 끊임없는 악수 행렬.오랜만에 만난 두 그룹 사람들은 술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술 몇 잔에 붉어진 얼굴로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끌던 현대 식구들이 서로 "갈 길이 다르다"며 경계를 그었던 것이 3년전.그동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이 차례로 계열분리되면서 임직원들도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정 회장 빈소에 몰려든 "현대맨"들에게선 서먹서먹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몽준 의원이 고문으로 있는 현대중공업도 최길선 사장,신명선 부사장,박병기 부사장이 연일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고 박세용 전 INI스틸 회장,이정일 전 현대미포조선 회장,김주용 전 현대전자 사장,이병규 현대백화점 고문 등 과거 현대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들도 빈소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일반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사옥에 뿔뿔이 흩어져 소식도 없이 지내던 이들은 지난 나흘동안 밤을 새우며 "한 핏줄"임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이준기 현대상선 과장은 "정몽헌 회장이 과거 현대 가족들의 앙금을 모두 씻어주고 가시는 것 같아 숙연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비록 정몽헌 회장은 비운의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복원시킨 현대가의 끈끈함은 더 이상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장경영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