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달 콜금리를 현수준(연3.75%)에서 동결하고 통화정책 기조를 '경기부양'에서 '중립'으로 전환했다. 콜금리를 더 이상 내리지 않고 경기 동향을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승 한은 총재는 현 시점을 '(경기회복이) 기대되면서도 매우 조심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 회복의 힘이 세계 어느 지역에 실릴지는 국가 경쟁력에 달려 있다"며 △노사관계 △정부정책 △기업경영 △금융리스크 등을 조심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 박 총재는 최근 일부 실물지표의 개선이나 주가 상승 등이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시작인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L'자형 장기침체 우려는 희석됐지만 'U'자형 회복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경기신호는 '고무적' 박 총재는 대외경제 면에서 미국 일본 유럽 경제나 증시 회복세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내수경기가 여전히 냉랭하지만 수출호조 속에 그동안 내리막이던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선 점에서 '2분기 바닥, 하반기 회복 시작'이란 기존 경기판단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전날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현 국면은 저점을 다지는 단계"라고 언급한 것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총재는 경기인식에 관한 한 "김 부총리와는 눈만 껌벅해도 통한다"며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박 총재는 그러나 "좋아지는 시기가 이 달일지, 다음 달일지, 4분기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여전히 경계했다. 아직 '조짐' 단계여서 '확신'에 이르기까진 좀 더 관망해야 한다는 얘기다. ◆ 추가 금리인하는 없을 듯 이날 금통위에선 대체로 하반기중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과 세금 감면 등 부양조치와 두 차례 금리인하(5,7월)가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인식이다. 박 총재는 국내에선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위험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은 경기회복 신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인식에 비춰 연내 콜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 조직ㆍ인사 개편하겠다 박 총재는 이르면 다음달중 '대부(大部)'제 도입 등 대대적인 조직ㆍ인사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현재 1백20개에 달하는 팀을 1백개로 줄여 국(局) 내에 2∼3개 팀을 합친 '부(部)'를 신설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총재는 이를 통해 한은법 개정으로 독립성이 제고되는데 발맞춰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