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스위스로 빼돌린 거액의 은닉자산이 그의 사후 14년 만에 완전 환수된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6일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스위스 은행 여러 곳에 예치해둔 6억8천3백만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최종 반환하도록 승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98년 조건부로 반환된 5억7천만달러를 포함,은닉 예금 전액에 대한 처분권이 필리핀 정부에 귀속돼 20년 가까이 끌어온 필리핀과 스위스정부 사이의 은닉자산 반환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86년 시민혁명으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 직후 그의 스위스 은행 은닉예금을 동결했으며,98년에는 '부정축재' 자금으로 인정해 필리핀 정부가 적법한 조치를 취할 경우 반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필리핀 대법원은 지난달 15일 "마르코스 유가족들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자금의 합법적 조성경위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국가환수를 판결했으며,이를 근거로 양국은 반환협상을 벌여왔다. 필리핀 국회는 현재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환수자금을 농지개혁과 마르코스 정권 하의 인권침해 피해자 보상에 쓰기 위한 입법을 심의 중에 있다. 이와 관련,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여사는 "반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대법원 판결에 불복,상고한 상태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