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에 대한 애도와 장례를 이유로 금강산관광 일시중단 및 각종 남북관계 실무접촉 연기를 통보하고 나서 주목된다. 북한은 5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성명에서 "정몽헌 회장선생이 형제들의 곁을 떠나간 형편에서 그를 추모하는 마음으로부터 조의 기간을 포함하여 일정한 기간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박창련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4개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과 제6차 철도ㆍ도로연결 실무접촉을 정 회장의 장례식 이후로 연기할 것을 제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도 정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 충격으로 경제협력 등 남북교류 전반에 대한 재조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특히 △금강산 관광 △4대 남북경협합의서 조약비준안 교환 △제6차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 연기를 요청하면서 '재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중단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중단 또는 연기하자고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재개 시점을 판단할 때까지 남측은 관망만 해야 하는 등 남북관계가 2001년 제5차 장관급회담 중단 때처럼 장기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측이 성명에서 "정몽헌 회장선생의 뜻하지 않은 사망은 북남관계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한나라당이 불법으로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고 정치 공세에 나선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현대는 5일 평양에 팩스를 보내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미 관광객 모객이 완료된 만큼 관광 지속을 북측에 요구했다. 정부도 이날 낮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남북간 합의일정은 합의대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말해온 것처럼 단순히 정 회장의 장례식 때문에 남북관계를 잠시 미루자는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지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며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