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의 사망으로 그동안 현대아산이 추진해온 남북경협 사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현대그룹은 4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추진해온 남북경협사업의 큰 뜻과 유지를 받들어 성실히 추진해 나가겠다"며 흔들림 없는 남북경협 추진방침을 밝혔지만 구심점 상실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현대의 대북사업은 상당 기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을 상실한 현대아산의 외자유치 작업도 정 회장의 공백에 따른 차질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은 정부가 한반도 평화 구축이라는 대전제 아래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인데다 이미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은 만큼 사업 자체가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업 주체와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흔들리는 남북경협 고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이후 북한과의 각종 경협 사업에서 남측의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해왔던 정 회장이 자살함에 따라 현대아산은 졸지에 대북사업의 '선장'을 잃고 말았다. 더욱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두 달 이상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재개 이후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지난 2월 이후 중단됐던 금강산 육로 관광이 9월께 재개될 예정이고 지난 6월말 착공식이 열린 개성공단도 입주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인들이 현지 방문을 신청하는 등 활기를 되찾는 중이었다"며 정 회장의 타계를 매우 안타까워했다. ◆ 현대아산의 애로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휴가철을 맞아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유람선 관광 정원을 다 채워도 매달 20억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대아산은 안으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올리고 밖으로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 뛰어 왔지만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태다. 또한 정부의 금강산 관광 보조금 2백억원도 북핵 문제로 국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올해는 한 푼도 집행되지 않고 있다. 어렵사리 착공에 성공한 개성공단도 자금난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개성공단 사업은 토지개발공사가 투자와 설계를, 현대아산은 시공을 맡기로 각각 역할을 분담한 상태. 그러나 전력문제 등 남북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착공시점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대화창구였던 정 회장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회장 등 현대가 형제들이 정 회장을 대신해 남북경협사업을 맡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으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게다가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북한이 시종일관 남측을 비난하고 있어서 정 회장의 사망으로 남북관계 자체가 냉각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정부는 지속추진 의지 현대그룹과 정부는 흔들림없는 남북경협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현대는 김윤규 사장을 중심으로 남북경협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도 "남북관계 사업들이 개인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특별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도 남북경협은 경제개혁의 필요에 따라 적극 추진해온 사업이어서 쉽게 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남북경협 사업이 지속되더라도 현대아산이 유일한 주체로 남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정 회장의 사망으로 현대아산이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현대가 금강산관광 사업을 비롯해 5억달러의 돈을 주고 획득한 7대 대북사업 독점권을 분할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자를 유치하려면 정부 차원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조성되려면 북한 핵문제 등이 순조롭게 풀려야 하고 대북사업에 대한 대외 신인도도 높아져야 하는 만큼 단시일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태웅ㆍ권순철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