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대북송금 의혹사건과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사건 등으로 10여차례 이상 검찰과 법정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중압감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4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일에는 대북송금 의혹사건 세번째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재판을 받았고 7월31일과 8월2일은 검찰에 출두해 3일간 연속해서 검찰과 법원에서 조사와 재판을 잇따라 받았다. 정 회장은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달을 즈음인 5월 30일 특검에 첫 소환돼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이후 6월14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튿날 밤 11시에 재소환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대질 조사를 받았다. 정 회장은 이익치씨와 대질조사를 받은 사흘 뒤인 17일 다시 소환돼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대질조사를 받기도 했다. 정 회장의 측근들은 "정 회장이 특검수사를 받을 당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대북사업에 국민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정 회장은 이후 6월 25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최근까지 세 차례 공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법정을 오가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특히 정 회장은 자살하기 불과 이틀 전인 지난 2일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조성 의혹사건과 관련,대검 중수부 조사 과정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 사건과 관련,7월 26일과 31일,8월 2일 등 최근 세차례 검찰에 불려가 출퇴근 조사를 받아 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조사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았겠지만 수사팀이 최대한 배려를 해 수사했다"며 "검찰조사와 정 회장 자살의 연관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