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도 푸드서비스 바람.. '먹거리' 이젠 만들어서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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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 사는 직장인 김태원(35)씨.
최근 아내를 따라 동네 할인점에 들렀다가 '저녁 식탁의 비밀'을 알게 됐다.
바로 먹거나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수백여 가지의 조리.반조리식품이 1층에 진열돼 있었던 것.
아내가 농담반 진담반 자랑하던 갖가지 밑반찬과 찌개류의 출처는 할인점이었다.
할인점들이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김씨네와 같이 반조리·조리식품을 사서 먹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할인점들은 이런 고객을 겨냥,식품매장을 뷔페처럼 꾸며놓고 먹거리를 반조리·조리 상태로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주부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푸드스토어'에 머물던 할인점에 푸드서비스 바람이 불고 있는 것.
특히 새로 문을 여는 할인점에선 반조리·조리식품 코너가 기존 점포의 2배 이상이나 된다.
최근 개점한 신세계 이마트 안산 고잔점과 부산 문현점의 경우 조리식품 코너 진열대 길이가 80m가 넘는다.
기존 점포의 3배 수준이다.
다른 점포에선 1백40가지에 불과한 상품 수도 3백가지나 된다.
이들 식품은 진열대 뒤편에 설치된 튀김기 구이기 철판요리기 등에서 조리된다.
이마트는 분당점,대구 만촌점 월배점,대전 둔산점 등 경쟁이 치열한 지역 점포의 조리식품 매장도 최신형으로 리뉴얼하기로 했다.
5백여가지의 조리식품을 팔고 있는 홈플러스는 최근 구이류를 강화하고 있다.
의정부점,대전 둔산점,부산 아시아드점,대구 성서점 등에는 별도로 구이 코너를 두고 장어 고등어 가자미 삼치 이면수 등 7가지 생선을 구워서 팔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달 중 일본 유통회사 이토요카도의 매장 디스플레이 담당자와 구이 전문업체 전문가를 초빙,컨설팅은 받은 뒤 올해 안에 26개 전 점포에 구이류 코너를 입점시킬 계획이다.
태경실 홈플러스 조리식품팀 과장은 "최근 개점한 의정부점에서는 구이류 매출만 하루 90만원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달걀찜 나물류 볶음 조림 등 즉석반찬류 매출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5월 롯데월드점을 리뉴얼하면서 흩어져 있던 조리식품을 한 곳에 모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새로 생기는 점포의 경우 조리식품 코너 규모를 이마트와 홈플러스 수준으로 넓게 꾸미기로 했다.
할인점들이 매출 비중과 이익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조리식품에 신경을 쓰는 것은 주부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조리식품에서 뒤져 고객이 줄면 가공식품 생활용품 의류 잡화 등 타 상품군으로 번지는 연관 구매 효과를 아예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현영 이마트 식품개발팀 팀장은 "할인점 식품매장에서 요리감인 농수축산물로만 경쟁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이젠 다양한 종류의 조리식품으로 주부들에게 음식 장만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