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향응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양 실장의 행적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이 방송에 방영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필요할 경우 검찰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양 실장의 사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처음 검찰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밝혔으나,바로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라고 적시한 것은 아니고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필요하면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양 실장의 행적이 몰래카메라에 치밀하게 담겼고,SBS뿐만 아니라 일부 신문사로도 이 내용이 제보되는 등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보다는 내부조사를 한 뒤 이를 토대로 방침을 결정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 요청까지 언급한 것은 당초 양 실장 사건을 핵심 공직자의 윤리·독직 성격으로 봤으나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면서 정치적 목적이 깔린 '음모론'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양 실장은 청주로 갈 때 관용차를 이용해 청주 나들목에 도착,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가 갖고 나온 에쿠스 승용차에 옮겨탄 뒤 관용차를 서울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실장은 이날 문 실장을 통해 사표를 제출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체 조사 결과를 봐가면서 징계위원회 등 공식절차를 밟아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향응 파문이 불거진 직후에는 사표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였으나 비디오테이프 공개 후 청와대 내 기류가 변했다. 청와대가 조사에 중점을 두는 대목은 △몰래카메라에 술집 내부 장면까지 자세히 담긴 데다 양 실장의 당일 행로를 따라가며 찍을 정도로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기획된 점 △6월28일 사건 발생 1주일 후인 7월 초 SBS로 자세한 내용설명과 함께 택배로 비디오테이프가 전달된 점 △비슷한 시점에 모 일간신문에 같은 내용이 제보된 사실 등이다. 누군가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찍었을 수 있고,나아가 양 실장은 음모론의 희생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양 실장은 '단순히 향응을 받은 파렴치범'에서 벗어나고,청와대도 '정치적으로 희생당한 것'이 되면서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모론이 있었다면 △문제의 나이트클럽 및 관광호텔측의 내부문제 또는 경쟁업체와의 관계 △특정세력이 청와대나 양 실장을 흠집내려는 의도 △민주당 충북도지부 내 알력 관계 등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민주당과 청와대 주변에서는 일부 비서관에 대한 권력 내부 견제설이 나온 적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