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체제가 26일로 출범 1개월째를 맞았다. 최 대표는 지난 한 달간 당의 '수구-노인당'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 '정책정당·민생정당'을 표방,'투쟁 일변도'의 야당 색깔을 상당 부분 탈색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특검법이나 대선자금 공개문제 등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와 날카롭게 대치,정국경색을 심화시켰다. 대북송금 새 특검법 처리 과정에선 당내에서 불협화음이 노출돼 시련을 겪기도 했다. ◆'정쟁과 민생은 별개'=최 대표는 지난달 26일 대표 취임식에서 "대통령에게 따질 것은 따지겠지만,민생·경제문제는 정쟁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그동안 미뤄져 왔던 민생·경제 현안들을 처리하는 데 적극성을 보여왔다.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추경 예산안 통과 후 표결 처리,두 사안을 연계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추경안을 처리하면서 1조원가량을 삭감하겠다던 당초 방침을 바꿔 오히려 3천억원 증액에 동의했다. 한나라당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근로소득세나 특별소비세 등 감세 방안을 적극적으로 통과시켰다. 대선자금 파문에 대해선 청와대·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달 임시국회를 열어 중소기업인력지원 특별법,주5일근무제 등 법안은 적극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3두체제 시험대'=한나라당의 당헌당규엔'당무는 대표,원내대책은 총무'로 분권화돼 있다. 또 경선으로 뽑힌 정책위 의장도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당내에선 이를 '3두체제'라고 부른다. 대표가 과거같이 '막강한 힘'을 가지고 당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새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홍사덕 총무가 대표에게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그 내용을 수정하는 바람에 당내에 분란이 일어났다. 이는 최 대표의 지도력에 상당한 손상을 가져 왔다. 최근 대표와 총무 정책위의장이 매일 아침 티타임을 가지면서 이런 '엇박자'현상은 많이 줄었다. 최 대표가 앞으로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경선 후유증의 치유와 당내 반대파들의 포용이다. 현재 대표경선에서 패한 서청원 전 대표가 당직을 고사한 채 비주류의 길을 가고 있다. 젊은 의원들의 당직 기용으로 재선급과 중진들의 불만도 팽배해져 있다. 최 대표의 한 측근은 "특검법을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운영위원회의 견제 등 경선후유증이 당초 예상보다 크다"며 "그러나 과거처럼 제왕적 대표나 총재를 할 마음은 없으며 시간을 갖고 조금씩 치유해 나간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형배·홍영식 기자 khb@hankyung.com